"손님, 영수증 드릴까요?"
식당이나 카페, 편의점 등에서 쉽게 들을 수 있는 말이다. 심지어 편의점에서 껌 한통을 사더라도 영수증은 받을 수 있다.
그런데 900억원을 썼는데도 영수증을 받을 수 없는 곳이 있다. 서울 종로구 창신동 이야기다.
도시재생 활성화사업 전국 1호로 지정돼 2015년부터 지금까지 900억원의 사업예산이 투입된 창신동. 하지만 주민들은 삶의 질이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고 말한다.
공공재개발을 추진하는 강대선 준비위원장은 창신동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다. 그런 그는 "도시재생을 하며 바뀐 부분을 체감하지 못하겠어서 예산에 대한 세부내역 정보공개 청구를 했지만 서울시와 종로구청이 서로 미루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창신동은 창문이 깨진 채 방치된 공동화장실은 비만 오면 악취를 뿜어대고, 불이 나도 소방차가 진입할 수 없는 도로가 부지기수다. 1970년대 모습과 별반 다름이 없는 풍경이다. 일제강점기에 형성된 동네는 자동차 2대가 겨우 지나갈 수 있는 길이 '큰길'이다. 그나마도 막다른 곳으로 이어진 곳도 많다. '차량 통행가능'이라는 안내가 적힌 도로가 여기저기 있다.
주민들은 그많은 도시재생 예산이 어디에 쓰였는지 궁금하다고 울분을 토했다. 한 주민은 "1000원짜리 커피를 사도 영수증을 주는데, 서울시는 왜 1000억원 가까운 예산에 대한 정보공개를 안하는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기자도 서울시에 도시재생예산 집행과 관련한 정보공개청구를 했다. 돌아온 답변은 '사업 정산 중으로 정산 완료 후 공개 예정'이었다.
서울시는 사업계획에 대한 예산은 공개할 수 있지만 연관 사업 등 진행 중인 사업들의 예산 정산은 내년 상반기 중에나 끝난다는 입장이다. 정확한 세부내역은 그때나 공개하겠다는 것이다.
외지 사람들이 살고 싶은 창신동을 만들겠다며 시작한 도시재생. 하지만 현실은 6년간 3500여명이 떠나갔다. 창신동과 연대를 표명한 숭인, 서계 남구로, 구로, 수색 등의 도시재생 지역들도 마찬가지다. 창신동 주민들은 도시재생예산 900억원의 영수증을 반드시 받겠다는 분위기다. hoya0222@fnnews.com 김동호 건설부동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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