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5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왼쪽)과 압델 파타 알부르한 수단 주권위원회 위원장이 수단 수도 카르툼에서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AP뉴시스
[파이낸셜뉴스] 미국 정부가 약 27년만에 수단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제외했다. 이제 해당 명단에는 북한과 이란, 시리아까지 3개국만 남았다.
AP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수단 주재 미국 대사관은 14일(현지시간) 페이스북을 통해 “미 국무부가 오늘부로 수단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하는 통지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같은날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성명에서 “수단에 대한 테러지원국 지정이 공식 해제됐다”고 선언했다.
앞서 미국은 1993년 수단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하면서 수단이 테러조직 알카에다의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에게 은신처를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수단의 알카에다 추종자들은 빈 라덴이 수단에 살고 있던 1998년에 미국의 케냐와 탄자니아 대사관을 공격해 인명을 살상했다. 알카에다는 지난 2000년 10월에도 예멘의 아덴항에 정박중이던 미국 이지스 구축함 ‘USS 콜’함에 자살폭탄테러를 감행했고 미 정부는 수단이 해당 공격을 지원했다고 주장했다.
수단은 테러지원국 지정 이후 미국의 경제제재로 인해 외자 유치와 금융 거래면에서 큰 어려움을 겪었다. 알카에다를 도와줬던 오마르 알바시르 수단 대통령은 지난해 4월 군부에 의해 축출됐고 이후 수단에서는 군부와 야권의 대립, 유혈사태 등으로 혼란이 이어지다가 같은 해 8월 과도정부가 출범했다. 이후 수단은 미 대사관과 USS 콜함의 피해자 가족과 생존자들에게 3억3500만 달러(약 3650억원)를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 10월 발표에서 수단을 테러지원국에서 제외하겠다고 밝혔다.
미 언론들은 이번 조치가 이스라엘과 중동 이슬람 국가의 외교 정상화 과정의 연장선이라고 추정했다. 이집트와 함께 홍해에 접한 이슬람 국가인 수단은 아랍에미리트연합과 바레인에 이어 지난 10월에 세 번째로 이스라엘과 완전한 외교관계를 합의했다. 수단 다음으로 모로코가 이스라엘과 외교관계를 맺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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