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남북관계 발전법 개정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이 이어지는 가운데 박병석 국회의장과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0.12.14/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4일 오후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남북관계 발전법 개정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을 하고 있다. 2020.12.14/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서울=뉴스1) 장은지 기자,유경선 기자,이우연 기자 =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4일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방해) 마지막 주자로 26분 동안 토론을 하기까지 과정이 전례 없이 험난했다.
필리버스터 종결 투표는 이날 오후 9시쯤 이뤄질 예정이었지만,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필리버스터 종료 시점까지 발언을 진행한 것이다.
다급해진 국민의힘은 박병석 국회의장을 찾았다. 김성원 국민의힘 원내수석은 주 원내대표의 필리버스터와 관련해 민주당에서 협의에 응하지 않는다며 의장에게 주 원내대표의 필리버스터를 2~3시간 보장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박 의장은 여야가 협의해서 오거나 이재정 의원에게 양해를 구하고 단 15분이라도 주 원내대표가 마이크를 잡을 수 있게 해보라고 설득했다.
이에 대해 김 원내수석은 2시간 이하는 절대 받을 수 없다고 버틴 것으로 전해졌다. 박 의장은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에게 야당과 논의할 것을 주문했다.
제1야당 원내대표가 필리버스터를 한다고 하니 30분이라도 시간을 주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겠냐는 취지였다고 한다. 그러자 김 원내대표는 주 원내대표에 30분을 줄테니 대신 필리버스터 종결 표결 없이 여야 협의로 필리버스터를 끝내자고 역제안했다.
이 제안을 주 원내대표가 거절하면서 다시 여야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그러던 중 한 국민의힘 중진 의원이 박 의장을 찾아와 1시간이라도 주 원내대표에 기회를 달라고 재차 요청했다.
이에 박 의장은 국회 의사국장 등에게 선례가 있는지 등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의 권리인 필리버스터에서 매몰차게 끝내버리는 것보다는 30분이라도 시간을 주는 것이 야당을 존중하는 것이라 판단한 박 의장은 주 원내대표와 김 원내대표를 차례로 불러 30분 필리버스터를 다시 제안했다. 대신 30분을 넘기지 않겠다는 조건을 걸었다고 한다. 이에 주 원내대표가 26분간 마지막 필리버스터 주자로 나설 수 있었다.
의장실 관계자는 뉴스1과 통화에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로 고통받는 국민들 앞에서 여야가 필리버스터 시간을 가지고 본회의장에서 고성을 지르며 싸우게 둘 수 없다는 것이 박 의장의 판단이었다"며 "필리버스터 종결을 두고 여야 원내대표를 3번이나 불러 끝까지 중재 노력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집권여당이 제1야당의 원내대표 발언을 고의적으로 막았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배현진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오늘 낮, 이재정 민주당 의원에 이은 국민의힘 필리버스터 주자가 주호영 원내대표라는 사실이 알려진 직후부터 민주당 지도부에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지도부가 고의로 국민의힘의 연락을 피했다는 주장이다.
이에대해 김 원내대표는 본회의 직후 기자들을 만나 야당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기회를) 줬다"며 더는 언급하지 않았다.
한편 이날 필리버스터 종결동의안이 가결되면서, 국민의힘이 지난 9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에 반대하며 시작한 무제한 토론은 6일 만에 모두 끝나게 됐다. 대북전단살포금지법도 곧바로 본회의 표결 절차에 부쳐진 뒤 가결됐다. 이로써 민주당은 공수처법 개정안, 국정원법 개정안 등 권력기관 개혁 입법을 포함해 당이 내세웠던 주요 입법과제들을 모두 처리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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