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시간 필버…이재정 '무제한 토론'에 野 다급
朴의장 중재 끝에 '30분 발언 보장' 여야 동의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박병석 국회의장과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남북관계 발전법 개정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이 이어지는 가운데 대화를 나누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0.12.14.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정진형 기자 = 연말 국회의 끝을 장식한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이 14일 89시간5분 만에 막을 내렸다.
거대 여당의 어깃장으로 마침표를 찍을 뻔한 필리버스터가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26분 연설로 가까스로 마무리된 것은 박병석 국회의장이 중재의 묘를 발휘한 덕분이라는 주장이 정치권 일각에서 나온다.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 이른바 '대북전단살포 금지법'에 대한 필리버스터는 지난 13일 더불어민주당이 종결동의서를 제출함에 따라 24시간 후인 이날 오후 8시52분께 표결로 종료될 예정이었다.
이에 국민의힘은 마지막 발언자로 주호영 원내대표를 배정했다. 180석 거대 범여권에 제1야당 원내사령탑이 항의하는 차원의 안배인 셈이다.
그러나 오후 3시35분부터 토론자로 나선 이재정 민주당 의원이 5시간 넘게 발언을 이어가면서 야당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주 원내대표에게 순번이 돌아가지 않은 채 이 의원을 끝으로 필리버스터가 끝나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질 수 있는 탓이다.
이에 국민의힘은 종결 표결 1시간여 전부터 박병석 의장에게 발언 시간 보장을 요구했지만 민주당은 그대로 필리버스터를 끝낼 것을 시사하며 난색을 표했고, 줄다리기가 이어지며 여야간 분위기가 험악해지기 시작했다.
결국 박 의장이 여야 원내대표를 의장석 앞으로 세 차례 불러 설득한 끝에 발언시간이 30분을 넘기면 토론 종결 표결을 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박 의장은 "교섭단체 협의에 따라 마지막으로 주 원내대표에게 30분간 토론을 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의장실 관계자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야당에게 발언권을 주는 게 맞다는 것이 의장의 입장"이라며 "코로나로 국민이 심려가 큰 상황에서 여야가 고성을 지르며 극한 대립하는 것보다 본회의장에서 합의로 잘 마무리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끝까지 중재를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야당의 반발로 여진은 이어지고 있다.
주 원내대표는 15일 원내대책회의에서 필리버스터 종결과 관련해 "더불어도 아니고 민주도 아니다. '나홀로 독재당' 모습 그대로 보여줬다"면서 여당을 성토했다. 박 의장이 표결에 참여한 데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한 뒤 "우리는 의장석을 스스로 포기한 박병석 국회의장에 대해서 앞으로 국회의장으로 인정하지 않고 박병석 의장이 진행하는 모든 사회는 거부할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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