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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영아수당 좋지만 그 돈은 누가 내나

[fn사설] 영아수당 좋지만 그 돈은 누가 내나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1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가 15일 제4차 저출산·고령화 기본계획을 확정했다. 몇 가지 변화가 보인다. 0~1세 영아수당을 신설한 게 대표적이다. 오는 2022년 월 30만원에서 시작해 2025년 50만원이 목표다. 현재 실행 중인 아동수당과 별개다. 임신하면 100만원, 아기를 낳으면 200만원 등 총 300만원을 의료비와 초기 육아비용으로 지원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현금성 지원을 대폭 늘린 데서 기본계획을 짠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와 정부의 고민을 엿볼 수 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올해 합계출산율이 0.8명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데는 모두가 공감한다. 이대로 가면 한국은 머잖아 인구가 쪼그라들 판이다. 경제활동의 중추인 생산연령인구는 이미 4년 전에 정점을 찍었다. 출산율은 한국 사회에 내포된 각종 부조리의 최종 결과물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으로 갈린 노동시장, 치솟는 청년실업률, 사생결단식 교육 경쟁, 하늘을 찌르는 집값, 여성의 과중한 가사부담 등이 한국을 아이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는 사회로 만들었다.

최상책은 이 같은 사회적 여건을 출산친화적으로 바꾸는 것이다. 그것이 근본대책이다. 하지만 어느 것 하나 쉬운 게 없다. 따라서 우리는 영아수당처럼 현금성 지원을 늘릴 수밖에 없는 정부의 고민을 이해한다.

다만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 좀 더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았으면 한다. 4차 기본계획(2021~2025년)을 차질 없이 수행하려면 5년간 21조원이 더 든다. 이는 증가분일 뿐 총액을 보면 해마다 70조~80조원이 들어간다. 그러나 283쪽에 달하는 대형 보고서에서 재원조달은 달랑 한 장 분량이다.
그것도 "기존 저출산 예산의 절감분을 저출산 대응에 재투자"하고 "추가 재정을 투입"한다고 언급하는 데 그쳤다. 예산 절감이 어디 쉬운 일인가. 수혜자 부담 원칙 등 고통분담에 대해선 한마디도 없다. 이래선 지속가능한 저출산 대책을 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