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돌·화재 원인 밝혀질까
차량결함땐 테슬라가 법적 책임
운전자과실·감식불가 판정땐
대리기사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지난 9일 오후 9시43분께 서울 한남동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테슬라X 롱레인지 차량이 벽을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차량이 불타고 있다. 독자제공
서울 한남동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테슬라 차량이 벽과 충돌해 조수석에 타고 있던 차주가 사망한 사건과 관련,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결과가 사고 원인의 결정적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급발진 의혹 등 차량결함, 대리기사와의 책임관계, 구조지연 등 산재한 법적쟁점이 국과수 감정과 연동돼 있기 때문이다.
일반 내연기관 차량이었다면 탑승자가 중·경상에 그쳤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테슬라 최상급 모델 차주가 사망한 이 사건은 한국을 넘어 세계적으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차량결함 입증될까··· 국과수 주목
20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용산경찰서는 지난 9일 한남동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테슬라X 롱레인지 사고와 관련해 대리기사 최모씨(59)를 입건해 조사 중이다. 최씨는 "차량이 갑자기 제어되지 않았다"며 "문제될 만한 조작은 하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사고 이틀만인 11일 압수수색 영장을 받아 사고차량을 국과수에 입고하고 교통사고 감식을 의뢰했다.
국과수는 테슬라로부터 사고당시 차량 데이터를 제출받아 블랙박스 및 현장검증 결과 등과 비교분석해 정확한 사고원인 규명에 나섰다.
국과수 감정은 차주 사망과 차량 손상에 대한 책임을 누가 지게 될지 가르는 중요한 절차다. 차량의 결함이 인정되면 테슬라가 숨진 차주에 대한 법적 책임을 지게 된다.
반면 운전자 과실로 판명되거나 감식불가 판정이 나오면 실제 운전을 한 대리기사가 일부 책임을 질 수 있다.
테슬라는 이번 사고 외에도 급발진 논란이 꾸준히 불거져 왔다. 올해 초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이 집계한 테슬라 급발진 관련 민원은 120건이 넘는다. 이중 110건이 사고로 이어졌다.
소송까지 간 사건도 여럿이다. 배우 손지창씨가 2016년 9월 미국 LA 자택 차고에 모델X 차량을 주차하던 중 차량이 벽을 뚫고 거실로 들어가는 사고를 당한 게 대표적이다. 당시 테슬라는 자체 데이터를 근거로 손씨가 가속페달을 100% 밟아 난 사고라고 주장했고, 손씨는 다른 피해자 6명과 함께 2016년 말 관할 법원에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이후 테슬라가 손씨를 제외한 6명과 합의를 보며 집단 소송이 취하됐다. 손씨는 단독소송으로 전환했지만 지난해 소를 취하했다. 손씨는 이후 합의여부 및 차량에 대한 관련된 언급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
테슬라 사고가 잇따르며 테슬라 외부에서 사고관련 자료를 제공할 수 있는 기술도 개발된 상태다. 캐나다 CDR트레이너와 독일 브로크만 엔지니어가 공동 개발한 EDR(사고기록분석장치)로, 테슬라 전용 장비가 외부에서 개발돼 상용화된 첫 사례다. 테슬라 차량 사고에도 테슬라 측이 제공한 사고기록으로는 차량결함이 인정된 사례가 없어 공정하지 못하다는 비판이 나온 결과다. 현재까지 전 세계적으로 테슬라 차량 사고 중 재판에서 급발진이 인정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다. EDR을 활용할 수 있는 이번 국과수 감식이 국내외에서 큰 관심을 받는 이유다.
■사고시 개방 어려워··· 제조사 책임?
운전자과실이나 감식불가 판정이 나올 경우 대리기사 책임론이 불거질 여지도 있다. 대리기사가 명백하게 차량을 잘못 조작했다면 업무상 과실치사죄까지도 성립될 수 있다. 다만 판례가 검사가 운전자 과실이란 점을 엄격히 입증하도록 요구하고 있어 명백한 근거 확보가 전제돼야 한다. 차량 특성을 이유로 구조작업이 늦어진 부분도 관심을 모은다. 당시 사고는 9일 오후 9시43분 발생했다. 소방서는 6분 만에 도착했다. 하지만 구조는 일반 차량에 비해 늦어졌다. 소방서는 차량 측면을 개방하는데 실패했고 앞문 유리창을 부수고 진입해 피해자를 구조했다. 피해자는 심폐소생술을 받으며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단일배터리 전력으로 개폐가 이뤄져 배터리 문제가 발생할 경우 폐쇄되는 게 문제로 지적됐다. 손잡이가 차체에 감춰져 있다가 문을 열 때만 나오는 점도 구조를 어렵게 했다.
지난해 2월 미국 플로리다주에서도 이런 이유로 출동한 소방관이 피해자를 구출하는데 실패한 사건이 발생했다. 유족들은 테슬라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현 변호사(법무법인 세창)는 "바로 문을 따서 병원으로 이송했으면 살 수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다툼이 될 여지가 있다"면서도 "기술적으로 보완될 필요는 있겠지만 모든 경우를 고려해 완벽하게 제품을 만들어야 하는 건 아닌만큼 차량결함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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