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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퍼지는 2021 낙관론, 거품이 경계대상 1호

유가 배럴당 50달러 돌파
코스피 3200 전망도 나와

[fn사설] 퍼지는 2021 낙관론, 거품이 경계대상 1호
2020년 봄 코로나 사태로 곤두박질쳤던 국제유가가 12월 들어 백신 접종, 추가 부양책 등에 대한 기대감으로 연일 강세를 보이고 있다./뉴시스
국제유가가 오름세를 타고 있다. 3대 기준유가가 일제히 강세다. 18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49.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4월 한때 배럴당 10달러선까지 떨어졌던 WTI는 7주째 오름세다. 영국 북해산 브렌트유, 한국이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는 이미 배럴당 50달러 선을 넘어섰다.

기름값 강세는 한편으로 반가운 신호다. 국제 원자재 시장이 그만큼 내년 경기가 좋아질 걸로 내다본다는 뜻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의회는 조만간 9000억달러(약 990조원) 규모의 추가 부양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며칠 전 연방준비제도(Fed)는 내년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4%에서 4.2%로 올렸다. 주요국 중 회복이 가장 빠른 중국은 내년 8% 안팎의 성장률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경기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은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주 기획재정부는 내년 성장률 전망치로 3.2%를 제시했다.

그 뒤엔 기저효과와 함께 백신효과가 있다. 올해 주요국 성장률은 예외 없이 죽을 쑤었다. 따라서 내년엔 평년작만 해도 성장률이 쑥 오른다. 여기에 화이자·모더나가 주도하는 백신 접종이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졌다. 만약 내년 1·4분기에 미국·영국 등에서 집단면역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하면 세계 경제는 마치 스프링처럼 코로나 수렁에서 탈출할 수 있다.

국내 금융시장도 낙관론이 지배한다. 코스피 3000시대란 말이 여기저기서 나온다. 신한금융투자는 내년 코스피 상단으로 3200을 제시했다. 3000을 내다본 증권사들은 수두룩하다. 문재인 대통령까지 지난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주가(코스피지수) 3000시대 개막에 대한 희망적인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새해 성장률이 플러스로 전환하고 주가는 3000을 뚫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다만 우리는 문 대통령과 정부가 자산거품을 우려하는 일부 둠세이어(비관론자)들의 의견에도 귀를 기울이길 바란다. 냉철히 보면 글로벌 금융시장은 전형적인 유동성 장세다. 유례 없는 초저금리와 재정확대 정책이 시장을 지탱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실물과 따로 노는 자산버블은 언젠가 터지게 마련이다. 대통령과 정부, 중앙은행이 할 일은 바로 이런 사태에 대비하는 것이다.
정부는 새해부터 전기료를 원유 등 연료비에 연동하기로 했다. 지금처럼 기름값이 뛰면 당장 내년 하반기부터 전기료도 뛴다. 소비자 불만이 터져나오지 않도록 미리 대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