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주간작업 지침에도 외면
해마다 1000건 이상 사고 발생
주민은 수거차 소음에 잠 못들어
환경부, 내년 3월 안전 실태조사
지난달 6일 오전 3시 43분쯤 대구 수성구 수성구민운동장역 인근 도로에서 BMW 승용차가 음식물 쓰레기 수거차를 뒤에서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환경미화원 1명이 크게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대구소방안전본부 제공
#1. "늦은 저녁 들리는 쓰레기 수거 차량 소음에 아기가 깰까 조마조마할 때가 있습니다. 지금은 겨울이라 창문을 닫아 괜찮지만 여름에는 소음이 더 잘 들려요." (서울 종로구 8층 아파트에 거주하는 아기 엄마 임모씨)
#2. "확실히 야간에는 주간보다 시야가 좁아집니다. 어두워 앞이 잘 보이지 않고 비교적 자동차가 빨리 달리는 저녁·새벽 시간대에 큰 사고가 발생할 수 있죠." (환경미화원 A씨)
환경미화원의 야간근무가 여전하다. 폐기물관리법에는 근로 여건 개선과 안전 강화를 위해 미화원의 주간업무 원칙이 명시돼 있지만 지자체마다 조례로 예외를 둘 수 있다. 일부 지자체들은 이를 근거로 여전히 야간근무를 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발생하는 소음으로 수거장 인근 주민들의 불만도 많다. 국회에선 이달 주간작업 등의 안전기준을 의무화하는 폐기물관리법 일부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개정안이 언제 통과될지 명확하지 않아 미화원과 주민들의 불편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안전·소음 문제… 야간작업 만연
21일 환경부 등에 따르면 지난 2016년부터 4년간 환경미화원의 안전사고 수는 총 4457건이다. 연도별로는 2016년 1184건(사망 6명), 2017년 1065건(사망 4명), 2018년 1033건(사망 3명), 지난해 1175건(사망 2명)으로, 매년 사고 건수가 1000건을 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달에는 새벽 근무를 하던 환경미화원이 차에 치여 숨지는 등 야간작업에 대한 우려가 잇따르고 있지만, 서울시에선 도봉구와 강동구 단 두 곳만이 주간작업을 적용하고 있다.
서울 송파구에서 일하는 50대 환경미화원 김모씨는 "아무래도 밤에 작업하다 보면 잘 안 보이니까 날카로운 것에 찔리거나 다칠 확률이 높다"며 "주간에 일하게 되면 더 잘 보이고 골목에 차도 많이 안 다녀서 더 안전하게 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야간작업은 대개 오후 10시에서 아침 6시 사이에 이뤄진다. 따라서 수거차 소음 등으로 잠자리에 들지 못하는 시민들도 여럿이다.
서울 마포구 원룸에 거주하는 한모씨(32)는 오후 10시에서 오전 1시경 사이 들어오는 쓰레기차 소리와 쓰레기를 옮기는 소음에 잠에서 깬다. 한씨는 "오후 9시 이후 퇴근해 맞는 휴식과 잠자리가 방해될 때마다 극도로 예민해진다"고 했다. 저층으로 갈수록 주민 스트레스는 심해진다. 서울 노원구 인근 아파트 3층에 거주하는 50대 송모씨 또한 "창문을 열어놓는 여름에는 소음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는다"며 "웬만하면 모두가 깨어 있는 낮 시간대에 작업을 했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대도시는 교통이 혼잡하고 기존 수거·운반 체계가 있어 지역 교통 환경과 부족한 청소 인프라 때문에 주간작업 전환이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주간작업 전환율 지지부진
야간소음과 미화원들의 사고를 유발하는 야간작업은 아직까지 전국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전국 단위 주간작업 전환율은 60%가량밖에 되지 않는다.
환경부 관계자는 "지자체마다 실행 여부 편차가 있는 편"이라며 "법이 작년 12월 31일에 시행돼 실적 평가를 하는 데도 어려움이 있었는데 내년에는 훨씬 나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답했다. 환경부는 내년 3월 지자체의 안전규칙 준수 여부 실태 조사에 나설 계획이다.
국회에선 지난 2일 소병철 의원 대표발의로 주간작업 등 안전기준 준수에 강제성을 부여하는 폐기물관리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개정안의 핵심은 현재 시행규칙에 있는 '주간작업 원칙' 등의 안전기준을 상위법의 단서조항으로 상향시켜 이 기준을 꼭 준수하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개정안이 국회 일정에 따라 내년 2월에나 상정될 것으로 예상돼 본회의를 통과할 때까지는 최소 2달 이상 소요될 전망이다. 여기에 해당 개정안은 공포 후 6개월 뒤에 시행되기 때문에 법 통과 이후에도 주민들의 불편과 미화원들의 위험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김준혁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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