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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융사들, 홍콩에서 싱가포르로 이동

[파이낸셜뉴스]
글로벌 금융사들, 홍콩에서 싱가포르로 이동
싱가포르 시민들이 20일(현지시간) 마스크를 쓴 채 크리스마스 장식 앞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로이터뉴스1

글로벌 금융사들이 중국의 국가보안법을 우려해 홍콩에서 싱가포르로 무게 중심을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홍콩 인력은 축소하는 대신 싱가포르 사무소의 인력을 대거 확대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의 아시아 본사가 홍콩에서 싱가포르로 대거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1일(이하 현지시간) 세계 주요 은행들이 싱가포르 인력을 지금의 최대 8배로 확충하기로 하고 인력 충원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중국 정부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수면 아래에서 조용하게 홍콩 인력은 축소하고, 싱가포르 인력을 확대하고 있다.

이달 링크드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UBS와 JP모간체이스의 싱가포르 채용 규모는 홍콩의 8배에 이르렀다.

크레디트스위스(CS), 골드만삭스, 씨티뱅크 등도 홍콩에 비해 싱가포르 채용공고 규모가 2배를 넘었다.

국제금융계에 따르면 중국의 보안법 제정 이전부터 무게중심이 홍콩에서 싱가포르로 이동하고 있었지만 보안법 제정 뒤 그 흐름이 급속히 빨라졌다.

금융·기술 부문 인력 스카우트 업체인 허드슨, 마이클페이지 모두 올해 자사 영업의 15~20%가 홍콩에서 싱가포르로 인력을 이동하는 금융사들을 지원하는 업무였다고 밝혔다.

허드슨의 싱가포르 지사 책임자는 "올해 홍콩에서 싱가포르로 꽤 많은 규모의 프라이빗 은행가들을 재배치하는데 도움을 줬다"면서 "보안·내부 감사 책임자 등도 상당수 재배치됐다"고 말했다.

마이클페이지의 싱가포르 지역 공동 책임자도 "홍콩 지역 기업들이 위험을 다변화하고 일부 영업을 싱가포르로 이전하기를 원하고 있다"면서 "아시아태평양 지역 인력이 충원되면 이들은 싱가포르로 배치된다"고 말했다.

홍콩 지역 은행 경영진을 최근 고객으로 맞았던 부동산 중개업체 나이트프랭크의 엘라 셔먼 영업담당 부책임자도 이 고객이 "중국의 홍콩 정책으로 인해 홍콩 본사를 다른 곳으로 이전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셔먼은 본사 이전을 준비하는 자신의 고객들 대부분이 이를 은밀히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중국의 보안법이 홍콩 탈출 배경이라는 주장에 대한 반론도 있다.

금융산업 조사업체인 프로파일아시아의 스탠리 타오 이사는 투자은행들이 홍콩 사업을 축소하는 이유는 다양하다면서 디지털 은행,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이동제한 등도 배경이라고 지목했다.

타오는 "누구도 홍콩을 탈출하고 있지 않다"면서 "홍콩은 여전히 전략적으로 중요한 거점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어떤 은행도 홍콩을 완전히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