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독일 베를린 인근 그륀하이데 기가팩토리 공사 현장에 지난 8일(현지시간) 공사 부지 숲의 나무들이 잘려나가 산처럼 쌓여있다. 사진=AP뉴시스
승승장구하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행진이 도마뱀의 일종인 장지뱀(sand lizard)에 막혀버렸다.
22일(이하 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독일 법원은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독일 베를린 인근에서 짓고 있는 기가팩토리 공장 건설 중단을 명령했다.
테슬라 기가팩토리 공사가 진행 중인 곳에서 보호종인 장지뱀 서식지가 발견된데 따른 것이다.
40억유로가 투입되는 기가팩토리 공사가 이때문에 중단됐다.
머스크는 지난해 베를린 남동부의 소도시 그륀하이데를 모델Y 글로벌 생산기지로 만들겠다면서 이 곳을 기가팩토리 건설 부지로 낙점했다.
독일 자동차 산업에 대한 신뢰, 베를린의 디지털 기술에 대한 신뢰에 바탕을 둔 것이었다.
베를린 기가팩토리는 내년 여름에 완공돼 연간 50만대 자동차를 생산할 계획이었다.
또 그륀하이데 기가팩토리 바로 옆에 배터리 공장도 만들어 이곳에서 생산되는 전기차에 장착한다는 계획도 세워둔 바 있다.
지역 주민들 다수도 일자리 창출 기대감으로 이 계획을 열렬히 지지했다.
그러나 이같은 야심찬 계획은 장지뱀 서식지가 발견되고, 법원이 서식지 보호를 위해 공사중단 명령을 내리면서 이제 다른 길을 찾아야 하게 됐다.
법원은 환경보호론자들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환경보호론자들은 테슬라가 베어버리려는 숲이 장지뱀의 겨울 서식지로 테슬라의 공장 건설로 이 일대가 사라지면 장지뱀 역시 살아남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자동차 업계는 법원의 결정에 우려를 나타냈다. 독일의 사업환경에 관해 나쁜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우려였다.
자동차경영연구소(CAM)의 스테판 브라첼 소장은 "테슬라의 투자가 이번 (법원) 결정으로 심각하게 영향을 받는다면 산업국가로서 독일에는 매우 당혹스러운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싱크탱크 DIW의 마르첼 프라처 소장은 "무거운 관료주의적인 부담과 강도 높은 규제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기업들이 투자계획을 실현하는데 더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들게 됐다"고 우려했다.
그렇지만 환경그룹은 법원 결정을 대대적으로 환영했다.
환경단체 나부의 브란덴부르크주 책임자인 크리스티안 슈뢰더 사무장은 지역 자치단체가 테슬라의 메가프로젝트에 눈이 멀어 환경 규정에 눈을 감았다면서 종의 보존과 보호를 위한 규정을 테슬라 한 곳 때문에 느슨하게 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테슬라도 노력을 안 한 것은 아니다.
이 도마뱀들을 포획해 다른 곳에 보금자리를 마련해줬다.
법원은 그러나 성년 장지뱀들이 이미 겨울을 난 뒤에 테슬라의 조처가 이뤄졌기 때문에 이같은 조처로 이들의 멸종 위험이 줄어들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또 테슬라 기가팩토리 건설 과정에서 고속도로 인근 숲을 없애는 것 역시 필요성이 명확하지 않다면서 불허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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