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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대기업도 중기도 상속세 때문에 승계 어렵다

[fn사설] 대기업도 중기도 상속세 때문에 승계 어렵다
/사진=뉴스1
고 이건희 삼성 회장 주식 상속세가 11조366억원으로 확정됐다. 한국 기업 중 역대 최대 규모다. 이 회장 사망시점(10월 25일) 앞뒤로 4개월간 주가흐름을 따져 계산한 시가평균액(18조9671억원)에 실효세율(58.2%)을 매겼다. 이 전 회장이 소유한 비상장 주식, 현금자산, 부동산 등 실물재산까지 합치면 전체 세금 규모는 12조원을 훌쩍 넘을 수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유족들은 내년 4월까지 상속세를 내야 한다.

기업활동은 규제와 세금에 민감하다. 규제가 세면 기업은 활동하기 좋은 곳을 찾아 떠난다. 세금이 많아도 마찬가지다. 한국 상속세 실효세율(58.2%)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최고 수준이다. 상속세는 가업승계를 어렵게 한다. 주식을 물려받으면 상속세를 내든 포기하든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그나마 대기업은 형편이 나은 편이다. 상당수 중소·중견기업은 막대한 상속세 부담에 상속을 포기하고 어쩔 수 없이 사모펀드 등에 파는 일이 많다고 한다.

지난 2018년 한 조사에서 매각을 의뢰한 기업 730곳 가운데 상속하지 않고 현금으로 물려준다는 기업이 118곳(16.2%)에 달했다. 상속세를 내느니 차라리 회사를 팔아 현금으로 증여해 증여세를 내는 편이 낫다는 얘기다. 같은 해 중견기업 조사에서도 중견기업 84.4%가 '승계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가장 큰 이유는 상속세 부담 때문이었다. 가업승계 시 상속세를 낮춰주는 가업상속공제 제도가 있긴 하지만 조건이 까다롭고 한도도 작아 실익이 거의 없다. 만일 코로나19로 일감이 없어 불가피하게 고용인력을 줄이면 먼저 받았던 상속공제 혜택을 전부 다 토해내야 한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될수록 상속세 부담은 더 커질 게 뻔하다. 이러니 상속세가 기업활동의 방해꾼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물려받은 주식을 팔아 차익을 실현할 때 세금을 매기는 게 외려 합리적이 아닐까. 기업은 응징 대상이 아니다.
한국 경제가 소중히 다뤄야 할 보배다. 가업승계가 편해야 기업하기 좋은 나라다. 이참에 가업승계 제도를 현실에 맞게 손질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