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 술접대 불기소 서울남부지검
그간 제식구 감싸기 의심 사례 多
진동균, 김대현 전 검사 사건 등
[파이낸셜뉴스] 서울남부지검이 현직 검사 3명에 대한 고액 접대가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도 뇌물죄 적용은커녕 동석한 검사 2명도 처벌하지 않은 가운데 남부지검의 ‘제 식구 감싸기’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라는 비판이 나온다.
후배검사에 대한 성비위와 폭언·폭력 문제가 불거졌을 때에도 가해자에 대한 제대로 된 처분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진동균 전 검사 성폭력 사건과 고 김홍영 검사 사망사건 등이 대표적이다.
고액 접대가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도 검사 2명에 대해 3만8000원 차이로 불기소 처분한 남부지검이 제 식구에게만 관대한 게 아니냐는 비판을 받는 배경이다.
<본지 12월 10일. ‘'검사 술접대' 면죄부에 뿔난 시민들..."국민 무시처사"’ 참조>
서울남부지검의 검사 향응 수사결과 발표에 시민들이 황당하다는 반응을 쏟아냈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99만원 불기소 세트'를 만들어 팔아도 되겠다는 비아냥도 흘러나온다. fnDB
■536만원 접대 검사 2명 불기소 파문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검사 향응·수수사건 수사전담팀(팀장 김락현 형사6부장)이 지난 8일 나모 부부장검사와 검찰 출신 이모 변호사,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을 부정청탁금지법 위반으로 기소한 사건을 추가기소하지 않을 전망이다.
라임자산운용 사태로 구속된 김 전 회장은 검찰의 본격 수사에 앞서 현직 검사 3명에게 고가 술접대를 했고 이중 한 명이 이후 수사팀에 합류했다고 지난 10월 폭로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에 남부지검에 전담팀이 꾸려져 50여 일 간 수사를 진행했다.
검찰은 지난해 7월 18일 밤 9시30분부터 다음날 새벽 1시까지 서울 청담동 룸살롱에서 고액 접대가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당시 536만원이 지불됐다는 간이영수증까지 확보했다.
문제는 법 적용에 있었다. 검찰은 술접대 시점이 라임 수사팀이 꾸려지기 이전이라 직무관련성이 없다며 뇌물죄 대신 부정청탁금지법만 적용했다.
부정청탁금지법은 직무관련성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도 인당 100만원 이상 접대를 받으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전담팀은 기소되지 않은 검사 2명이 밤 11시 이전에 귀가했다며 이후 향응 수수액을 빼고 참석자 5명으로 수수액을 나눴다. 이에 따라 검사 2명은 수수액이 96만2000원으로 죄가 성립하지 않았다는 판단이다.
접대를 받은 건 맞지만 3만8000원 차이로 처벌할 수 없다는 검찰 판단에 비판이 쏟아졌다. 김 전 회장은 즉각 성명을 내고 당시 3명의 여성 접대부가 검사 3명 옆에 각각 앉았다고 강조했다. 인당 50만원의 접대액을 추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여기에 더해 접대를 제공한 자신이 술을 한 잔도 먹지 않았음에도 계산에 포함된 것에도 불만을 토로했다. 김 전 회장 측은 공수처가 발족하면 이 사건을 다시 수사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부정청탁금지법은 물론 뇌물죄 적용도 가능하다”며 접대를 받은 나모 부부장검사 실명을 공개하는 등 거침없는 행보를 보였던 박훈 변호사는 지난 23일 김 전 회장 변호인단에 합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지난 9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진동균 검사 성폭행 사건을 직접 언급한 바 있다. 사진=서동일 기자
■추미애 장관 언급 '진동균 사건'
검찰의 제식구 감싸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특히 이번 수사결과를 내놓은 서울남부지검은 지난 수년 간 수차례 검사 봐주기 의혹에 휩싸인 바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직접 언급한 진동균 사건이 대표적이다.
추 장관은 지난 9월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국민의힘이) 검찰이 검사를 상대로 제대로 수사하지 않은 적이 있었냐’고 했지만 국민들은 다 안다”며 “피해자가 같은 동료 검사여서 사건을 무마하려고 상당히 시끄럽게 했는데 고발인이 간신히 용기를 냈던 진동균 성 비위 사건이 있다”고 발언했다.
진형구 전 검사장 아들이자 한동훈 검사장 처남인 진 전 검사는 남부지검 재직 중이던 지난 2015년 회식 이후 후배 검사 2명을 강제추행하고 성폭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법조계에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음에도 남부지검은 진 전 검사에게 형사처벌이나 징계조치를 하지 않았다. 진 전 검사가 사직서를 제출하고 검찰을 떠나는 것으로 사건은 일단락됐다.
사건은 2018년 서지현 당시 창원지검 통영지청 검사의 성추행 피해 공개 이후 수면 위로 올라왔다. 논란이 커지자 검찰은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 조사단’을 꾸려 뒤늦은 수사에 나섰다. 검찰은 진 전 검사를 불구속 기소했다. 진 전 검사는 1심에서 징역10개월형을 받았으나 항소했다.
사건 당시 지휘라인에 있던 전·현직 검찰 간부들도 수사 및 감찰을 제대로 하지 않은 혐의로 고발됐다. 임은정 당시 북부지검 검사가 오세인 전 남부지검장 등 6명을 고발한 것이다.
임 검사는 당시 검찰 내부 제보시스템으로 감찰과 수사를 수차례 요청했지만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폭로했다.
하지만 사건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정진웅 부장)는 올해 초 위법한 지시나 직무거부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불기소 처분했다.
이와 관련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2013년 6월 성폭력범죄가 비친고죄가 되었다”며 “2015년 5월 진동균 검사에 대하여 수사는커녕 감찰도 하지 않고 사직 처리하였을 때, 왜 모두 침묵했느냐”고 남부지검을 질타하기도 했다.
후배검사를 아이스크림에 비유하고 "안주를 안 먹었다"며 손등에 입을 맞춘 서울남부지검 전 부장검사는 퇴직금을 모두 챙겨 명예퇴직했다. fnDB
■후배검사 '아이스크림' 비유 부장검사
2015년 남부지검에서 근무한 김모 전 부장검사 사건도 봐주기란 의혹을 받았다. 김 전 부장검사는 술자리에서 피해자에게 러브샷을 강요하고 “안주를 안 먹었다”며 피해자 손등에 입을 맞추는 등 추행한 혐의를 받았다.
당시 검찰은 내부조사를 했으나 아무런 처분을 받지 않았다. 김 전 부장검사는 명예퇴직해 퇴직금을 모두 수령한 뒤 변호사로 개업했다.
김 전 부장검사는 미투 물결이 인 지난 2018년 진 전 검사 사건과 함께 수사돼 재판에 넘겨졌다.
사건을 심리한 서울중앙지법 형사16단독 최미복 판사는 2018년 7월 “김씨가 깊이 반성 중”이라며 벌금 500만원만 선고했다. 김 전 부장검사가 수령한 퇴직금의 3%에도 미치지 않는 액수다.
고 김홍영 검사와 동기인 사법연수원 41기 동기회가 사건 발생 이후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 진상규명과 책임자 엄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연 모습. 최근 김 검사 유족은 남부지검이 감찰 과정에서 사건을 축소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사진=김범석 기자
■고 김홍영 검사 '괴롭힘 사망' 축소 의혹
2016년 5월 발생한 고 김홍영 검사 사망사건도 제 식구 감싸기 논란에 휩싸였다. 당시 남부지검 형사2부 소속이던 김 검사가 업무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뒤 진행된 남부지검 감찰이 부적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의혹을 폭로한 건 김 검사 부모 등 유족 측이다. 이들은 국가 상대 손해배상 과정에서 남부지검 감찰 진술서 증언과 대검찰청 감찰 진술서 증언 수위가 크게 다르다며 사건 축소 의혹을 제기했다. 남부지검 진술서엔 “장난치듯이 때린 적이 있다”는 내용이 대검에선 “문제 삼았을 정도로 세게 때렸다”로 변경되는 등 내용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남부지검이 감찰 과정에서 가해자 김대현 전 부장검사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하지 않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김 전 부장검사는 대검 감찰로 상습적인 폭언과 폭행이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 해임됐다.
김 전 부장검사는 해임이 부당하다며 행정소송을 냈지만 지난해 3월 대법원에서 최종 패소했다.
김 전 부장검사는 해임 3년이 지난 후인 지난해 12월부터 변호사로 개업해 활동하고 있다.
형사처벌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김 전 부장검사에 대한 수사는 대한변호사협회가 고발한 뒤에야 다시 진행돼 현재 재판 중에 있다.
기사에 언급된 사건은 모두 서울남부지검 한 곳에서만 발생한 일이다. 사진은 16개월 입양아 정인양 사건 가해자에게 살인죄를 적용하지 않은 남부지검을 규탄하며 시민들이 보내온 근조화환 모습. fn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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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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