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옛 소련을 위해 일한 영국 이중스파이 조지 블레이크가 2001년 6월 28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러시아 정보당국은 26일 블레이크가 모스크바에서 98세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사진=로이터뉴스1
영국과 옛 소련의 전설적인 이중 스파이였던 조지 블레이크가 사망했다. 올해 98세로 천수를 누렸다.
CNN은 러시아 관영 통신 RIA 노보스티를 인용해 러시아 대외정보국 SVR 대변인이 26일(이하 현지시간) 블레이크 사망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SVR 대변인은 블레이크의 사망 사실을 확인하고 "그에 관한 책이 쓰이고, 영화가 만들어졌다"면서 "그는 정보세계에서는 매우 존경받고 가치를 평가받았던 인물"이라고 말했다.
대변인은 블레이크를 외국산 수입자동차에 빗대 설명했다.
그는 "이 외국 자동차(foreign car)가 거의 세기에 가까운 운행을 끝냈다"고 말했다.
블레이크는 MI6로 알려진 영국 비밀정보국(SIS) 소속 관리로 옛 소련을 위해 스파이 활동을 했던 이중스파이였다.
그는 냉전이 최고조로 치닫던 시기에 적발된, 소련을 위해 일하던 영국 스파이 가운데 거의 최후의 인물이었다.
1922년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태어난 블레이크는 스무살이던 1942년 영국으로 이주했다.
2년 뒤인 1944년에는 MI6의 네덜란드 부서에 배치됐다.
BBC에 따르면 블레이크는 1950년 한국전 발발 직전 한국에 파견됐고, 북한군이 서울을 점령했을 때 여러 외교관들과 함께 북한군 포로가 됐다.
포로로 있던 3년 동안 그는 공산당원이 됐다.
블레이크는 뒤에 자신이 소련의 세뇌를 받아 공산당원이 됐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영국으로 복귀했을 때 그는 MI6 간부가 됐다.
영국 정부 웹사이트에 따르면 "블레이크는 체포 뒤 영국으로 복귀해 영국 정보부 뿐만 아니라 소련을 위해서도 일했다"면서 "뒤에 처형된 동독 첩보 조직원들을 비롯해 많은 첩보원들을 배신했다."
영국 당국은 1961년 4월 블레이크를 체포했고, 그는 자신이 소련의 이중스파이였음을 시인했다.
영국 정보부에 씻을 수 없는 수모를 안겨 준 블레이크는 생전 영국 첩보원 약 42명을 배신한 것으로 영국 당국은 파악하고 있지만 블레이크는 자신이 배신한 첩보원이 약 600명이라고 주장했다.
42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던 그는 1966년 블레이크는 런던 웜우드 스크럽스 교도소를 탈옥했다.
동료 죄수들과 평화 운동가 2명의 도움을 받아 뜨개질 바늘로 만든 사다리를 타고 교도소 담장을 넘아 탈옥하는데 성공했다.
블레이크는 캠핑카를 타고 영국에서 밀항해 서유럽까지 잠입한 뒤 동베를린 철의장막까지 도달했다.
그는 여생을 옛 소련, 이후에는 러시아에서 보냈고, 영웅 대접을 받았다.
1991년 모스크바에서 로이터 통신과 가진 인터뷰에서 그는 자신이 소련의 이중 스파이로 일하던 당시 전세계가 공산화되기 직전인 것으로 믿고 있었다고 밝혔다.
소련 정보기관 KGB 출신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007년 블레이크에게 우호훈장을 수여했고, 그의 사망 뒤 크레믈린 웹사이트에 그를 애도하는 성명을 올렸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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