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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박용만 회장의 마지막 절규, 당정이 새겨듣길

재계 호소에 귀막은 여권
지금은 기업 손잡아줄 때

[fn사설] 박용만 회장의 마지막 절규, 당정이 새겨듣길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지난 23일 서울 중구 대한상의 회관에서 진행된 '2020년 송년인터뷰'에서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뉴스1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27일 화상으로 진행한 송년인터뷰에서 "(국회가) 기업규제 완화되는 법은 안 해주고, 기업한테 부담되는 법안들을 막 처리해버릴 때는 정말 무력감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이어 "특히 '경제3법'의 경우 내용뿐 아니라 처리 과정에서 굉장히 서운했다"고 했다. 국회와는 애증 관계라고 표현하면서다. 재계의 잇단 호소에도 불구하고 정부·여당이 기업규제 법안들을 일사천리로 밀어붙인 데 따른 고언으로 들린다. 얼마 전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도 "기업들이 깜깜하고 긴 터널을 지나고 있다"고 탄식했다.

박 회장은 문재인정부 출범 직후부터 줄곧 기업규제 완화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경제는 버려진 자식'(2019년 9월, 전국 상공회의소회장 회의), '국회, 경제에 눈 귀 닫아 기업들 사면초가'(2020년 9월, 기자간담회), '병든 닭 골라내자고 투망 던지나'(2020년 10월, 민주당 간담회) 등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하지만 씨도 안 먹혔다. 오죽하면 박 회장도 "(2013년) 처음 제가 보궐임기 시작했을 때 취임사랑 본임기 했을 때와 한번 연임 시 취임사하고 요새 상의회장으로서 여러가지 말하는 걸 비교해보면 거의 똑같다"고 했을까. 매번 기업규제 개혁을 외쳐도 달라진 게 거의 없다는 얘기다.

더불어민주당은 재계의 "살려달라"는 아우성에도 결국 기업규제 3법을 이달 초 국회에서 노조법과 함께 통과시켰다. 이것도 모자라 집단소송제·징벌적 손해배상제 확대·중대재해기업특별법 처리까지 서두르고 있다. 하나같이 규제와 처벌 조항이 가득한 법안들이다. 여당은 총선 이후 6~8월 석 달간 280여건의 기업규제 법안을 쏟아냈다. 어림잡아 300개가 넘는 기업규제 관련 법안이 국회에 줄줄이 대기 중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당선 직후 2017년 7월 27일 청와대로 주요 기업인들을 불러 호프미팅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일자리 창출에 힘쓴 기업 오뚜기를 격려했다. 격의 없는 소통을 통해 각종 재계 현안도 꼼꼼히 챙겼다. 그러면서 "기업이 잘돼야 나라경제가 잘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외친 건배사는 "더불어 잘사는 경제를 위하여"였다.

하지만 지금은 완전 딴판이다.
기업들은 매일 생사의 절벽에 매달려 발버둥 치고 있다. 정부·여당의 기업 때리기에 기업은 기댈 곳이 없다. 지금이라도 정부·여당이 더불어 잘사는 경제를 위해 기업의 동반자 역할을 제대로 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