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앞을 내다보는 선제적 대응이었을까. 아니면 섣부른 도전이었을까. KB국민은행이 사설 인증서시장에 다른 시중은행들보다 무려 1년 앞서 자체 사설 인증서를 출시한 데 대해 금융권에서 뒷말이 무성하다.
27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 10일 공인인증서 제도가 폐지되면서 은행들은 금융결제원 중심으로 금융권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금융인증서와 함께 일부 자체적으로 개발한 사설 인증서를 선보였다.
금융인증서는 금융권이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범용성을 갖춰 은행 고객들이 사용하는데 큰 불편함이 없다.
그러나 은행들은 이와 별도로 자체 사설 인증서를 출시했다.
눈에 띄는 일은 KB국민은행은 지난해 7월 'KB모바일 인증서'라는 사설 인증서를 발빠르게 선보였다. 반면, 다른 시중은행들은 사설인증 서비스 도입이 상대적으로 늦은 분위기다. 신한은행은 지난 10일 은행과 카드에서 자체 인증서 발급을 시작했다. 하나은행의 경우 지난 8월 모바일 앱 '하나원큐'를 개편해 자체적인 사설 인증 서비스를 도입했다.
은행 업계에서는 이미 KB국민은행이 선점을 하고 있는데 은행들이 1년 뒤늦게 자체 사설 인증서를 부랴부랴 준비한 이유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나온다.
일부 은행들은 국민은행이 시도할 때는 자체 인증서 서비스가 필요없었는데 지금은 필요하게 됐다고 입을 모은다.
그 사이 시장이 변했다는 것.
시중은행 관계자는 "인증서가 필요한 것은 은행 서비스 중에 대출 등 극히 일부에 제한돼 있었다"며 "이를 위해 자체 인증서를 만드는 것은 비용만 더 드는 구조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올해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이 나오면서 상황이 바뀌었다는 게 은행들의 분석이다. 인증서를 갖고 새로운 사업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것. 은행 관계자는 "본인신용정보관리업(마이데이터) 사업 등 디지털 신사업 생태계 구축의 기반으로서 인증사업 역량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자체 인증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야 비대면 전자결제 서비스 등의 허가를 받기가 훨씬 수월해진다"고 말했다.
pride@fnnews.com 이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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