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국내 주요 은행들이 연말 가계대출을 차단한 것과는 달리, 기업 대출은 전방위로 확대하려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일부 은행은 만기 1개월 초과 기업대출의 만기연장까지 밀어붙이고 있다. 이처럼 은행들이 연말에 기업 대출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은행 신용위험 산출 개편안인 '바젤3' 도입 상황에서 위험가중치가 낮은 기업대출를 최대한 확대, 폭증하는 가계대출로 악화된 건전성을 만회하려는 포석이다.
■은행, "만기 1개월 초과 기업대출도 연장하라"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 KB국민은행, 우리은행 등 시중은행들은 기업대출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해 선제적 대출 만기 연장 등에 나서고 있다.
먼저 신한은행은 최근 각 영업점에 "만기 1개월 초과 기업 대출 대해서도 이탈 없이 만기 연장을 추진하라"고 독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한은행 본점이 기업대출 만기 연장과 관련한 별도 회의를 개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보통 기업대출 만기 1개월 전에 만기 안내와 대출 연장 등을 공지하는데 최근에는 1개월 초과 기업 대출도 관리하기 시작했다"며 "단순한 만기 안내가 아닌 재예치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KB국민은행의 경우 지난 4월 코로나19의 대책의 하나로 기업 대출 만기 안내를 종전 1개월에서 2개월로 확대한 데이어 추가적인 기업 대출 관리에 나서는 분위기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최근에 직접적인 지시는 없었지만 기업 대출 관리를 적극적으로 하라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우리은행도 상황은 마찬가지인 것으로 알려졌다. 즉, 우리은행도 기업대출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한 다양한 조치를 강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자, 영업 일선의 은행원들은 과하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은행원들이 모여있는 익명 게시판인 블라인드앱에서도 기업대출과 관련된 의견들이 표출됐다는 것이다.
■'바젤3' 기준 맞춰 기업대출 확대 안간힘
국내 주요 은행들이 기업대출 관리에 나서는 것은 올해 9월 도입된 은행 신용위험 산출 개편안인 '바젤3'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2022년 도입할 예정이던 바젤3을 조기 실행했다. 바젤3은 국제결제은행(BIS) 산하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가 2010년 대형 은행의 자본확충 기준을 강화해 위기 시에도 손실을 흡수할 수 있도록 고안한 규제다. 주요 특징은 기업대출의 위험자산 가중치(85%)를 가계대출(100%)보다 낮게 계산해 건전성지표인 BIS 자기자본 비율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실제 주요 은행의 3·4분기 자기자본비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3%포인트 상승했다. 신한(18.71%), NH농협(18.13%), 우리(17.89%), KB국민은행(17.2%)이 모두 17% 이상을 기록했다.
앞서 은행들은 BIS자기자본비율 하락을 막기 위해 이달 하순 신용대출을 전면 금지시켰다. 기업대출보다 위험자산 가중치가 높은 가계대출이 증가하면서 BIS자기자본비율이 하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계대출 증가를 막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은 기업대출을 늘리는 것"이라며 "기업대출이 크게 증가하지 않는 상황에서 현재 보유한 기업대출 자산을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pride@fnnews.com 이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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