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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배민 창업주 김봉진, 실력 발휘할 때가 왔다

[fn사설] 배민 창업주 김봉진, 실력 발휘할 때가 왔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8일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의 우아한형제 인수·합병을 조건부 승인했다. 사진은 우아한형제들 김봉진 창업자(왼쪽)와 김범준 대표./뉴스1
공정거래위원회가 28일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와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운영사) 간 인수합병을 조건부 승인했다. DH가 소유한 배달앱 요기요를 6개월 안에 제3자에게 팔라는 조건을 달았다. DH도 종래 반발을 접고 이를 수용했다.

공정위는 배달앱 시장 1위 배민과 2위 요기요가 합쳐지면 명백한 독과점이 형성된다고 봤다. 양사 시장점유율은 99%를 웃돈다. 이렇게 되면 입점업체 수수료가 높아지고, 소비자 서비스 질은 낮아질 수 있다. 조성옥 공정거래위원장은 28일 브리핑에서 "(DH+배민) 기업결합이 이뤄지면 수수료율이 실질 인상될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지난 4월에도 배민은 수수료를 개편하려다 시장 반발로 포기한 적이 있다. 이때 일이 공정위의 판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번 결정에 아쉬움도 있다. 외국 기업이 한국 스타트업의 진가를 보고 투자하겠다는데 박수를 치진 못할망정 사사건건 발목을 잡아서다.

하지만 이제 요기요 매각은 돌이킬 수 없다. 앞으론 DH와 손잡은 배민이 한국을 넘어 아시아의 강자로 성장할 일만 남았다. 국내외 배달앱 시장의 성장세는 폭발적이다. 한국은 지난해 10조원 규모로 전년비 배 가까이 커졌다. 올해는 코로나 여파로 15조원을 거뜬히 넘길 전망이다. 아시아 시장도 연간 40% 이상씩 쑥쑥 자란다.

DH는 우아한형제들 창업자인 김봉진의 능력을 높이 평가했다. 김봉진은 DH와 배민의 합작사인 '우아DH아시아' 이사회 의장 겸 집행이사를 맡았다. 50대 50 지분으로 싱가포르에 세운 우아DH아시아는 한국을 넘어 아시아 전역을 집중 공략할 계획이다.

한국은 내수시장이 작아 어떤 플랫폼도 글로벌 영향력을 발휘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는 거대한 시장을 가진 미국, 중국, 유럽연합(EU)은 물론 일본에 비해서도 열세다. 당초 배민과 DH의 결합 아이디어도 한국에서 성공한 배민의 경영 노하우를 앞세워 아시아 시장을 석권하자는 데 있었다. 자본금 3000만원의 배민을 40억달러(4조3700억원) 가치로 키운 김봉진 의장이 진짜 실력을 발휘할 때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