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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시설 확산에 사망자 최다 경신…코호트 격리가 오히려 독?

요양시설 확산에 사망자 최다 경신…코호트 격리가 오히려 독?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서울=뉴스1) 이형진 기자,음상준 기자,김태환 기자,서영빈 기자 = 연일 1000명 안팎을 오르내리는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의 중심에는 의료기관·요양시설이 자리잡고 있다. 고령층이 자주 이용하는 이들 시설에서 집간담염이 끊이지 않으면서 코로나19 사망자가 하루에만 40명에 달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요양시설 내 확진자 발생시 적용되는 '코호트 격리(동일집단 격리)'가 오히려 확진자 증가를 부르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사망 40명 중 28명 요양시설 관련…"고령층 환자 규모·비율 증가"

29일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1046명을 기록한 가운데 사망자가 40명에 달했다. 국내에 코로나19가 유입된 이래 하루 사망자로는 역대 최다 기록이다. 코로나19 누적 사망자도 859명에 달했다.

특히 이날 발생한 40명의 사망자 중 28명은 요양병원·요양시설 관련 확진자다.

권준욱 방대본 제2부본부장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최근 요양원·요양병원·의료기관에서 집단발생이 증가하면서 고령층 환자가 규모도 커지고 비율도 증가했다"며 사망자 증가 원인을 진단했다.

지난 1주간(12월20일~26일) 발생한 28건의 집단 감염 중 의료기관·요양시설 관련 집단감염은 6건으로 4분의 1 가까이 차지했다. 종교시설(10건)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숫자다.

이날 0시 기준으로도 의료기관·요양시설 집단감염 중 Δ서울 구로구 요양병원/요양원 175명(4명 추가) Δ경기 부천 병원 11명(10명 추가) Δ광주 북구 요양원 59명(8명 추가)에서 신규 확진자가 추가됐다.

이같은 확산에 요양시설 관련 사망자도 늘었다. 부천 효플러스요양병원 관련 사망자는 이날 29일 기준 누적 38명 발생했으며, 울산 양지요양병원에서도 24명이 숨졌다. 충북 청주 참사랑노인요양원에서는 8명의 누적 사망자가 발생했다.

◇의협 "요양병원 코호트 격리, 국민 생명 포기"…방대본 "체계적 가동 노력"

대한의사협회는 이날 부천효플러스요양병원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코로나19 확진자를 치료할 인력과 장비가 부족한 요양병원의 코호트 격리는 국민의 소중한 생명을 포기하는 무책임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코호트 격리는 감염병 확진자가 발생한 시설과 집단을 격리하는 방역 조치다. 일종의 사회적 고립을 통해 외부 확산을 막는 방식인데, 오히려 고령층 환자들에게는 독이 됐다는 지적이다.

환자들을 격리할 시설이 부족한 요양시설에 그대로 확진자를 둔 채로 해당 시설을 격리하면, 감염되지 않은 사람들까지 코로나19에 노출된다는 것이다. 와상 환자가 많은 노인들은 특히나 이같은 감염을 피하기 어렵다.

요양시설은 음암병상이나 인공호흡기 등 코로나19 중환자를 치료할 시설과 이를 치료할 인력도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지난 28일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는 '코호트 격리돼 일본 유람선처럼 갇혀서 죽어가고 있는 요양병원 환자들을 구출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 글이 올라와, 29일 오후 7시 기준 1만2306명이 동의한 상황이다.

권 부본부장은 "지난 2~3월 대구·경북 유행 당시도 요양병원·정신병원 등을 중심으로 동일집단 격리로 효과적으로 환자 관리는 물론 유행 차단을 해온 바 있다"면서도 "전국적으로 많은 수의 환자 발생이 있다보니 아무래도 그런 활동들에 있어 부족한 측면이 없지 않았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적절한 전원조치·격리 조치라든지 충분한 전담의료기관으로 전원을 신속하게 조치할 수 있도록 정비하겠다"며 "요양시설·의료기관이야말로 치명률을 낮추기 위해 초기에 개입하고 조치를 취해야 하는 곳이기 때문에 동일집단 격리의 효과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더 체계적으로 가동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