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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금융회사, 소비자 보호 평가 놓고 또 신경전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보호 실태평가 발표 '사모펀드 사태' 은행·증권, 줄줄이 미흡 평가 10개 부문 중 하나 미흡에 등급 내려가...금융회사들 "평가 악의적"

금감원-금융회사, 소비자 보호 평가 놓고 또 신경전
(출처=뉴시스/NEWSIS)
[서울=뉴시스] 박은비 기자 = 사모펀드 사태와 요양보험 암보험금 미지급 문제로 소비자피해를 유발했다는 평가를 받은 금융회사들이 소비자보호 실태평가에서 대거 '미흡' 등급을 받아 사실상 낙제점을 받았다. 소비자보호 감독기능을 강조해온 금융감독원 시선으로 봤을 때 금융사들의 혁신노력이 아직은 부족하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일부 금융회사는 금감원의 평가가 객관적이지 못하다고 반발했다.

30일 금감원에 따르면 금융소비자보호 실태평가 결과 종합등급 '우수'를 받은 회사는 현대카드, 우리카드 등 2사로 전년 3사 대비 줄어들었다. '양호' 등급도 1년 전 36사였지만 이번에는 24사에 그쳤다.

금감원은 민원발생건수(15%), 민원처리노력(15%), 소비자 대상 소송건수(10%), 영업 지속가능성(5%), 금융사고(5%) 등 10개 부문을 평가해 우수, 양호, 보통, 미흡, 취약 등급으로 분류한다. 부문별 비중은 5~15% 차이가 난다.

평가 방식은 거의 그대로인데 패널티 적용 여부에 따라 올해 종합등급 등락폭이 컸다. 금감원은 다수 민원 발생 등으로 소비자피해를 유발해 사회적 물의를 초래하거나 중징계 조치를 받은 금융사에 대해 종합등급을 1단계 하향한다. 지난해는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로 우리은행과 하나은행만 전체등급이 1단계 내려갔지만, 올해는 훨씬 많은 10사에 이 기준이 적용됐다.

예를 들어 같은 종합등급 '미흡'을 받았더라도 세부 항목별 미흡 개수는 제각각이다. 가장 많은 미흡 등급을 받은 곳은 4개 부문에서 미흡 평가를 받고 종합등급 '미흡'이 확정됐다. 반면 A사는 9개 항목이 양호, 보통이고 미흡이 1개인데도 종합등급이 '미흡'이었고, B사는 미흡이 2개였는데도 전체등급 '보통'을 받았다. 사모펀드와 암보험금 이슈 때문이다.

사모펀드 관련 소비자피해를 유발해 사회적 물의를 초래했다는 이유로 종합등급 '미흡'을 받은 회사는 기업은행, 부산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대신증권, 신한금융투자, KB증권, NH증권 등 9곳이다. 삼성생명은 요양병원 암보험금 미지급 관련으로 종합등급이 내려갔고, KDB생명은 민원발생건수 부문 등 4개 부문에서 저조한 평가를 받아 종합등급 '미흡'이 됐다.

패널티가 적용되면 나머지 부문에서 비교적 좋은 평가를 받더라도 종합등급 1단계가 내려가는 셈이다. 금감원은 특히 상벌 전략을 확실히 했다. 종합등급 '우수' 회사와 '양호' 회사 중 업권별 모범 회사에 대해서는 포상을 실시한다. 반면 미흡으로 평가된 회사한테는 개선계획을 제출받아 이행사항을 확인할 계획이다. 소비자 중심 경영문화 확산을 유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금감원-금융회사, 소비자 보호 평가 놓고 또 신경전
(출처=뉴시스/NEWSIS)
업권별 개선사항으로는 은행의 경우 펀드·신탁 등 판매상품 선정시 소비자보호 부서가 사전협의 기능을 내실화하는 등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그동안 대부분 은행이 소비자보호최고책임자(CCO)를 겸임하는 체제로 운영했는데 올해 들어 전담 CCO 선임 은행이 증가한 건 긍정적인 요소다.

증권사는 사모펀드 관련 종합등급이 1단계 내려간 회사가 4사인데다, 민원처리 과정에서 낮은 자율조정성립률을 보인 3사가 민원처리노력 부문에서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저축은행권도 아직 다수 회사가 소비자보호 관련 인적·물적 기반이 부족해 비계량 부문에서 '보통' 이하로 평가됐다.

반면 손해보험업권은 대체로 소비자보호 업무를 CCO가 전담하고, 소비자보호협의회를 임원급 회의체로 운영하고 있어 타업권 대비 소비자보호 지배구조가 모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게 금감원 판단이다. 카드사 역시 소비자보호협의회 개최실적이 전체 업권 중 가장 양호하고, 일부 카드사는 최고경영자(CEO)가 협의회 의장 업무를 수행하면서 직접 챙기는 등 모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 결과 계량평가 평가항목 중 민원발생건수, 소비자대상 소송건수, 영업 지속가능성, 금융사고 등 4개 부문은 전년 대비 '양호' 이상 회사수가 늘었지만, 민원처리노력 부문은 민원 관련 자율조정성립률 평가 결과가 낮아 '양호' 이상 회사수가 1년 전보다 감소했다.


비계량평가에서도 4개 부문에서 전년 대비 '양호' 이상 회사수가 줄어들었다. 금감원은 소비자보호 지배구조, 상품개발, 상품판매, 소비자보호 정책 참여 등 부문에서 소비자보호제도의 실질적 운영을 위한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회사별 평가결과를 보면 9개 항목에서 양호, 보통 평가를 받았는데 1개 항목에서 미흡을 받아서 종합등급 미흡이 된 경우들이 있다"며 "금감원이 세운 기준대로 평가를 받는거지만 억울한 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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