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차는 사고시 수동 개폐 평가
미국차는 FTA규정에 시험 면제
테슬라 충돌 화재에도 문 안열려
"미국차, 국내 안전기준 준수해야"
지난 9일 서울 한남동 한 아파트에서 테슬라X 차량이 지하주차장 벽면을 들이받고 불길에 휩싸였다. 탑승자들은 자력 탈출에 실패했다. fnDB
그래픽=박희진 기자
수입 전기차인 테슬라 일부 차량이 전력 차단 상태에선 뒷좌석 탑승자가 문을 열 수 없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최근 테슬라 최신 차량인 '테슬라 모델X 롱레인지' 급발진 의심 사고로 차주가 숨진 사건 이후 안전에 대한 우려는 커지고 있다. 한국 차량은 충돌 시 문이 열리지 않고, 충돌 후 수동으로 문을 열 수 있어야 판매를 허용하고 있다. 수입 외제차가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다만 테슬라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조약에 따라 미국 규정만 따르면 돼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신차안전도평가··· 미국차는 면제?
30일 국회와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외국산 브랜드 차량이 한국 신차안전도평가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더라도 소비자는 이 같은 사실을 구체적으로 알 수 없다.
현행법은 자동차 충돌 시 모든 승객이 공구를 사용하지 않고도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좌석 1열 당 1개 이상의 문이 열리도록 강제하고 있다. 4인승 승용차 기준 운전석과 조수석 중 한 개 문, 뒷좌석에서 한 개 문이 수동으로 개폐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시판되는 한국 차량은 사고 시 안에서 수동으로 차량 문을 열 수 있는지를 평가받는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이 충돌 후 문을 여는데 들어가는 힘까지 세밀히 측정하는 것이다.
문제는 미국 차량은 이 시험에서 면제된다는 점이다. 지난 9일 서울 한남동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테슬라X 롱레인지 사고에서도 이 문제가 지적됐다. 운전자와 조수석에 타고 있던 차주는 사고 뒤 스스로 탈출하는데 실패했다. 사고 6분 만에 119구조대원이 현장에 도착했지만 차량 측면 개방까지 실패하며 구조가 지체됐다. 차주는 끝내 숨졌다.
사고 이후 테슬라X 롱레인지 차량 앞좌석은 기계식 해제핸들이 장착된 경우에만 수동개폐가 가능하고 뒷좌석은 아예 개폐가 불가능하다는 점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국산차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테슬라는 한·미 자유무역협정에 따라 국내에서 연간 5만대 이하로 팔리는 브랜드는 미국 기준만 지키면 된다는 입장을 내놨다. 법 위반이 아니란 주장이다. 실제 미국 연방규정엔 관련된 규제가 전무하다.
■모델별로 탈출 가능성 달라진다고?
주목할 점은 테슬라가 이전에 판매한 모델S와 올해 초 미국에서 출시한 모델Y는 뒷좌석에서도 수동으로 문을 여는 게 가능하다는 사실이다. 모델S는 좌석 아래에, 모델Y는 뒷문 아래쪽에 기계식 개폐장치가 숨겨져 있다. 모델3와 모델X엔 포함되지 않은 기능이다.
전력이 끊어진 상태에서 탑승자들이 스스로 탈출하기 위해 기계식으로 문을 여는 기능이 필요하다는 비판은 미국 현지에서도 여러차례 나왔다. 특히 2016년 모델S 차량이 나무와 충돌한 뒤 화재에 휩싸여 탑승자가 사망한 사건은 차량 문 개폐와 관련한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이후 피아트 크라이슬러, 폭스바겐, 벤츠, 혼다, GM, 현대차 등은 사고 뒤 잠금을 해제하는 사고대응 체계를 갖추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반면 일부 브랜드는 그렇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때문에 한국에선 FTA로 사각지대에 놓인 미국 차량을 규제할 수 있도록 법령을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조만간 국회에 자동차관리법 개정이 가능한지 등을 검토해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다.
업계에선 시판되는 자동차가 사각지대에 놓인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릴 책임이 정부에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국차는 뒷좌석에서 문을 못 여는 지 정비사들도 몰랐다"며 "적어도 정부가 나서서 소비자한테 알리기는 해야하지 않냐"고 비판했다.
한편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자동차안전연구원은 테슬라 사망사고의 정확한 원인이 무엇인지 조사하고 있는 상태다. 경찰과 국토교통부는 결과가 나오는대로 처분을 결정할 방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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