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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장관 1년…'정적' 윤석열 잡으려다 검찰 산산조각

추미애 장관 1년…'정적' 윤석열 잡으려다 검찰 산산조각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30일 오전 경기도 과천 법무부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2020.12.30/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서울=뉴스1) 박승희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후임 법무부 장관으로 내정하며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임기가 사실상 마무리됐다. 추 장관은 임기 시작부터 '검찰개혁 완수'를 목표로 강력한 추진력을 발휘했지만, 논쟁적 행보로 매번 거센 비판에 직면해왔다.

특히 임기 내내 갈등을 빚었던 윤석열 검찰총장을 견제하기 위해 무리한 권한 행사를 남발했다는 비판도 거세다. 인사부터 징계까지 시종일관 '윤석열 찍어내기'에 집중하면서 검찰을 정치의 한가운데 밀어넣었단 지적도 나온다.

추 장관은 검찰의 집중수사를 받고 사퇴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후임자로 임명됐다. 조 전 장관으로부터 검찰개혁 과제를 넘겨받은 추 장관은 1월3일 취임한 직후부터 법무부 장관이 가진 인사권과 지휘감독권, 감찰권을 적극 행사하며 윤 총장을 견제했다.

우선 취임 닷새 만에 검찰 고위간부 인사를 단행하며 검찰개혁에 박차를 가했다. 특수부 검사 중심의 인사 관행을 타파하겠다는 '개혁' 목표로 인사가 이뤄졌지만, 인사 결과 윤 총장 측근으로 지목된 참모진이 대거 교체됐다. 결정 과정에서 윤 총장의 의견 청취가 생략돼 '총장 패싱' 비판도 나왔다. 윤 총장과의 대립도 이때부터 시작됐다.

인사를 시작으로 검찰 내부에서는 추 장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새나오기 시작했다. 당시 정부·여당 관계자 연루 사건을 지휘하는 간부들이 대거 교체됐고, 그 자리를 '친정부' 검사들이 채웠단 지적이 나왔다. 형사·공판부 우대 등 '검찰개혁'을 명분으로 인사권으로 검찰을 길들인다는 비판도 쏟아졌다.

추 장관과 윤 총장의 충돌은 인사 이후로도 이어졌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 위증 종용 의혹 진정과 관련해서는 추 장관과 윤 총장이 감찰-인권 사안으로 사건 본질을 달리 파악하며 배당 갈등이 불거졌다. 추 장관은 윤 총장이 제식구 감싸기를 위해 감찰을 방해했다고 저격했다.

이른바 '검언유착' 사건에 양측의 갈등은 극으로 치달았다. 추 장관은 지난 7월 첫 수사지휘권을 행사한다. 윤 총장이 측근인 한동훈 검사장이 연루된 이 사건과 관련한 수사지휘에서 배제돼야 한다는 것이다.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는 15년 만에 처음으로, 검찰 안팎이 크게 술렁였다.

추 장관은 10월에도 라임 자산운용 사태 로비 의혹과 일가 사건과 관련해 윤 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재차 행사했다. 수차례 수사지휘권을 발동하며 공세를 이어가던 추 장관은 지난달 헌정사상 초유의 검찰총장 징계 청구와 직무집행 정지를 명령했다. 지난 갈등 내용은 '징계 혐의'가 됐다.

추 장관이 윤 총장 징계를 밀어붙이면서 검찰 내부는 뜨겁게 달아올랐다. 징계 사유와 절차의 흠결이 지적됐고, 직권남용이라는 지적까지 나왔다. '추미애 사단'으로 지목된 검사들을 향한 비판도 쏟아졌다. 평검사부터 검찰 간부까지 집단 반발하며 철회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징계위원회와 대통령 재가까지 거쳐 징계 2개월이 결정됐다. 하지만 징계효력 집행정지 소송에서 법원이 윤 총장 손을 들어주며 '추-윤 대전'은 추 장관 패배로 일단락됐다. 이 과정에서 검사들은 추 장관에게 등을 돌렸다. 추 장관을 보좌했던 고기영 전 법무부 차관이 사의를 표했고, '라임 사태'를 수사지휘하던 박순철 남부지검장은 "정치가 검찰을 덮었다"며 옷을 벗었다.

추 장관은 임기 중 갈등이 벌어질 때마다 '검찰개혁'을 명분으로 앞세웠다. 인사와 직제개편 당시 비판이 일었을 때엔 '형사·공판부 출신 검사 우대' '여성 검사 발탁' '검찰 권한 남용' '검경 수사권 조정' 등 내부 개혁을 핵심 논리로 삼았다. 윤 총장 징계 과정에서는 검찰의 제식구 감싸기를 징계 혐의로 삼아 검찰 개혁을 역설했다.

하지만 갈등의 고개를 넘을 때마다 검찰 안팎에서는 추 장관의 개혁 행보 이면에 정치적 의도가 보인다는 비판이 제기돼왔다. 한 서초동의 변호사는 "추 장관은 임기 내내 자신과 대척점에 선 세력을 '검찰개혁 반대 세력'으로 낙인찍고 진영 논리에 따라 검찰개혁을 이용했다"고 꼬집었다. 검찰개혁을 정치에 이용했다는 지적이다.

◇"강력한 추진력으로 검찰개혁 토대 다져" 평가도

그는 추 장관이 윤 총장 징계를 추진하며 '정치적 중립 위반'을 무리하게 끼워넣었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어 "징계에 그 내용을 넣은 것만으로도 윤 총장을 여권을 위협하는 '정적'으로 봤다는 점이 증명되지 않느냐"면서 "추 장관을 비판하며 검찰을 떠난 사람이 한 둘인가. 법무부 장관이 정치를 해서 검찰을 다 망쳐놨다"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추 장관이 '검찰개혁의 토대를 다졌다'며 그의 행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목소리도 있다. 1년도 되지 않는 재직 기간 동안 인사, 직제개편 등을 적극 추진하면서 검찰 조직을 뒤흔들만큼 강력한 추진력을 보였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 또한 "추 장관의 추진력과 결단이 아니었다면 공수처와 수사권 개혁을 비롯한 권력기관 개혁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