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회 인사권' 의장 아닌 지자체장이 가져
보좌인력 없는 탓에 행정부 감시 기능 무력화
지방자치법 전부개정..2022년부터 인사권 독립
2023년까지 의원 수 2분의 1까지 보좌인력 도입
[파이낸셜뉴스]
[음성=뉴시스]음성군의회 본회의. (사진=음성군의회 제공) photo@newsis.com /사진=뉴시스
#. 국회는 대한민국 '입법부'다. 국회 소속 직원의 인사권은 국회 의장에게 있다. 당연한 일이다. 만약 국회 직원의 인사권을 '행정부' 수장인 대통령이 행사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국회 직원들이 행정부 눈치를 보느라, 정부를 견제하려는 국회의원을 제대로 돕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질 것이 뻔하다. 바로 지금 지방의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주소다.
32년 만에 전부개정된 지방자치법에 지방의회 권한을 강화하는 조항이 담기면서 그간 제 역할을 하지 못해 비판받아온 지방의회 역량이 강화될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인사권 쥔 지자체장..비판 불가능
3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작년 말 통과된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에 '지방의회 인사권 독립'과 '정책지원 전문인력 도입'이 포함됐다. 지자체장 권한인 지방의회 소속 사무직원의 임용권을 지방의회 의장에게 부여하고, 지방의원 보좌 인력을 채용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이같은 조항이 신설된 배경에는 그간 지방의회 의장에게 인사권이 없는 탓에 벌어지는 문제점들이 크게 작용했다. 의회는 행정부를 감시·견제한다. 하지만 지방의회 직원들은 행정부 출신 파견 공무원이다. 의회에서 2~3년가량 머물다 행정부로 다시 돌아간다.
이 때문에 지방의회에서 벌어지는 인사 난맥상은 다양하다. 행정감사(국회의 국정감사) 때 정보가 새 나가는 것은 물론이고 공무원들이 미리 손을 써 의원 질의를 막는 일도 다반사다.
광역의회 관계자는 "파견 온 직원들이 행정부 사업에 대해 날카로운 질문을 하면, 직원들이 '본청 복귀 안 할 거야?'라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되묻는다"며 "이렇다 보니 직원들의 의회에 대한 이해도가 낮고 업무 역량이 쌓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게다가 지방의원의 정책 업무를 보좌할 인력도 없는 탓에 의회의 행정부 감시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상황이다. 9명의 보좌인력이 지원되는 국회의원과는 천양지차다.
금창호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실장은 "국회의원의 경우 각 분야 최고 전문가들이 국회에 들어왔음에도 불구하고, 개인 보좌관, 전문위원, 입법조사처, 예산정책처 등 각종 지원시스템이 있다"며 "지방의회는 그같은 시스템이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인사운용 불가능..'의회·감사직렬' 만들어야
서울시 중구 서울시의회 건물. 2020.9.28/뉴스1 /사진=뉴스1화상
수십 년간 누적된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이 통과되면서 해결 방안이 마련된 것이다.
정책지원 전문인력은 2022년까지 의원 정수의 4분의 1, 2023년 말까지 2분의 1 범위 내에서 증원한다. 전국 모든 지방의회가 한꺼번에 인력을 채용하기엔 어려움이 따른다는 의견에 따라 단계적으로 시행키로 했다.
인사권 독립은 2022년부터다. 지방의회 특성과 규모가 제각각이라 구체적인 시행령을 마련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고 봤다.
지방의회 직원 숫자가 적은 탓에 승진 등 인사 운용이 어려운 것이 가장 큰 문제다. 광역의회 관계자는 "인력이 많은 광역의회는 의회 직렬을 신설하면 승진 절차를 밟아갈 수 있다"면서도 "기초의회 인력은 아주 적다. 행정부와의 교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광역의회인 서울시·경기도의회 정원은 각각 341명, 271명에 달한다. 반면 수원시의회는 40명, 제천시의회 18명, 완도군의회 13명 등 기초의회는 인력이 매우 적다.
광역·기초의회와 행정부 감사직을 묶어서 의회·감사 직렬을 만들자는 아이디어도 나온다. 경북대 하혜수 행정학부 교수는 "감사 업무도 행정부를 견제하는 역할이다. 의회·감사직렬로 묶으면 승진에 불이익이 없을 것"이라며 "만약 각 지자체 단위로 (인사 운용을) 하면 평생 근무해도 사무관 승진이 어려워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co@fnnews.com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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