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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서정진의 도전, 기업가정신은 살아 있다

[fn사설] 서정진의 도전, 기업가정신은 살아 있다
서정진 셀트리온 그룹 회장이 지난 11월25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글로벌바이오포럼 2020에서 '위기를 기회로...세계 펜데믹에 부는 K바이오'를 주제로 기조발표를 하고 있다./뉴스1
바이오벤처의 성공신화를 쓴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이 12월 31일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퇴임식은 없었다. 다만 2021년 3월 정기주주총회까지 회장직은 유지한다. 공들여온 코로나19 항체 치료제 출시까지 직접 마무리하기 위해서다. 주총 이후에는 월급 없는 명예회장으로 남는다고 한다.

서 회장은 샐러리맨들에게는 신화 같은 인물이다. 바이오분야를 전공하지도 않았고, 제약회사 출신도 아니지만 셀트리온을 바이오산업의 글로벌 강자로 키웠다. 2002년에 세운 벤처를 19년 만에 시총이 80조원을 넘는 대형회사로 성장시켰다. 당시 아무도 생각지 못한 바이오산업의 미래가치를 보고 20년간 연구개발에 매달린 끝에 나온 값진 성과다. 한때 부도 위기까지 몰렸지만 포기를 모르는 서 회장 특유의 승부사적 기질로 극복했다.

서 회장의 위기 탈출구는 특허기간이 만료된 기존 신약을 복제해 싸게 파는 바이오시밀러 분야였다. 효능과 안정성에서 차이가 없으니 복제약은 불티나게 팔렸다. 이제 복제약의 효능을 대폭 업그레이드시킨 바이오베터 영역까지 넘보고 있다.

지금 한국 벤처생태계는 위기다. 코로나19 여파로 성장세는 주춤거린다. 돈줄이 막히니 연구개발 투자도 줄었다. 작년 상반기 벤처투자액과 벤처펀드 결성액은 전년 대비 약 17%씩 줄었다.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스타트업) 기업에 오른 스타트업은 1곳뿐이다. 그나마 올해 말부터 대기업 일반지주회사도 기업형 벤처캐피털(CVC)을 보유할 수 있게 된 건 다행이다. 돈줄에 목마른 중견·중소기업은 숨통을 트게 됐다.

상당수 글로벌 기업들은 벤처투자를 통한 인수합병으로 몸집을 불려왔다. 규제의 벽을 허물수록 벤처생태계는 건강해진다. 정부와 정치권도 기업을 때릴 생각만 하지 말고 뭉텅이 규제를 없애 기업이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서정진 회장은 인생 2막을 제2 스타트업 창업으로 시작할 계획이다. 서 회장은 올해 65세다. 셀트리온이라는 바이오 신화를 쓴 서 회장이 기업가 정신의 모범을 보이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