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축년 새해 첫 날인 1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에서 참배를 마치고 나서고 있다. /뉴스1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69)가 새해 벽두에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 이슈를 꺼냈다. 이 대표는 1일 언론과 인터뷰에서 "적절한 시기에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면을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사면이 "국민통합을 위한 큰 열쇠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실제로 건의가 이뤄지면 논의할 수 있을 것"이란 반응을 보였다. 헌법에 따라 사면권은 문 대통령에게 있다.
이를 두고 특히 여당 쪽 반발이 거세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한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시기도 내용도 적절하지 않다"며 "분명한 반성과 사과가 없고, 박근혜는 사법적 심판도 끝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엔 벌써 '사면 반대' 청원이 올랐다. 야당도 떨떠름한 모습이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처음 듣는 이야기"라고 했고, 서울시장 보선에 출마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사면을 선거에 이용하려는 시도가 있다면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사면을 좁게 정치적으로 해석하면 당연히 나올 수 있는 반응이다. 하지만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은 좀 더 넓은 시야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1997년 12월 당시 김대중 대통령 당선인은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을 김영삼 대통령에게 건의했다. 전·노 두 사람은 12월 22일 풀려났다. 김대중은 "전·노 전 대통령의 사면·복권은 반발이 거셀 것으로 예상했다"면서도 "더 이상의 정치보복이나 지역적 대립은 없어야 한다는 내 염원을 담은 상징적 조치였다"고 회고했다('김대중 자서전 2권'). 당시 한국 경제가 외환위기 한복판이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힘을 모아 위기에서 탈출하려면 국민통합이 선결과제다.
생각할수록 김대중이란 인물의 그릇에 경탄하게 된다. 개인적으로 전두환은 철천지 원수다.
자신에게 사형선고를 내렸고, 나중엔 미국으로 쫓아냈다. 그런 전두환을 김대중은 용서했다. 문 대통령이 만약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을 고려한다면 김대중 전 대통령을 롤 모델로 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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