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는 되고, 헬스장은 안되고" 형평성 논란
헬스장 업주들, 업장 문열고 불 밝히는 '오픈 시위'
서울시 마포구 소재 A헬스장이 4일 정부의 실내체육시설 집합금지 조치에 따른 항의성 집단행동으로 이른바 '오픈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김문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죽으라 한다고 죽을 수 없지 않겠습니까."
정부가 헬스장 등 실내체육시설에 대한 집합금지 조치를 2주간 연장하자 헬스장 업주들이 이에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일부 헬스장 업주들은 "벌금을 감수하겠다"며 영업재개라는 강수를 두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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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시위' 참여 헬스장 1000여곳 추산
4일 서울 마포구 소재 A헬스장은 이날 오전 9시부터 불을 밝혔다. 방역당국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이유로 실내체육시설 집합금지 조치를 오는 17일까지 연장한 데 따른 항의성 단체행동 중 하나다.
헬스장 업주들은 태권도, 발레 등 학원으로 등록한 실내체육시설에 대해서는 동시간대 교습인원 9인 이하일 경우 영업을 허가한 것을 두고 "방역 정책에 형평성이 없다"며 이른바 '오픈시위'를 시작했다.
이날 대한피트니스경영자협회(KFMA)와 헬스장관장모임(헬관모)에 따르면 A헬스장처럼 문을 연 곳은 1000여군데로 추산된다.
서울 마포구청 인근에서 A헬스장을 운영중인 정모씨(35)는 "지난 7년간 헬스장을 운영하면서 가장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고 토로했다.
정씨가 임대료를 비롯한, 전기세, 수도세 등 각종 세금을 비롯해 시설유지비로 한 달간 지출하는 비용은 약 1000만원에 이른다. 정부는 지난 3월 15일간 실내체육시설에 운영중단 권고, 8월에 2주간에 이어 지난달 4주간 집합금지명령을 내렸다. 1년이 52주임을 감안할 때 연중 16%에 달하는 기간 동안 헬스장은 문을 닫아야 했다. 정씨는 "단순히 영업을 중지한 기간이 두 달이지만, 헬스장 특성상 회원들에 기간제로 회원권을 판매하고 새로 갱신하는 사이클이 있어 지금 다시 헬스장 문을 연다고 하더라도 앞으로 3개월까지는 피해 여파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씨는 헬스장 문을 닫는 동안 배달을 비롯해 대리운전까지 해야 했다. 정부에서 주는 지원금으로는 매달 지출되는 고정비용을 채울 수 없기 때문이다.
정씨는 "지금 가장 힘든 것은 일을 하지 못하면서 쌓이는 금전적 문제를 비롯해 심리적 압박감이 말로 할 수 없을 만큼 크다"며 "정부가 우리의 어려움을 안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영업을 재개할 수 있도록 해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서울시 마포구 소재 A헬스장이 4일 정부의 실내체육시설 집합금지 조치에 따른 항의성 집단행동으로 이른바 '오픈시위'에 참여하고 있다./사진=김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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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평성 없는 규제와 차별받는 현실에 분노"
정씨를 비롯한 헬스장 업주들은 업종별 운영 제한에 대해 가장 큰 불만을 표했다. 일대일 퍼스널트레이닝(PT)조차 제한하면서 헬스장 영업이 전면적으로 손발이 묶여 버렸기 때문이다. 업주들은 헬스장 내 샤워실 운영 제한, 손소독제 비치, 운동기구 간 칸막이 설치 등 방역을 위해 할 수 있는 것들을 자발적으로 하고 있지만 영업자체를 제한한 정부에 집단 행동을 통해 항의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네이버 카페 '헬스장관장모임'에는 이날 '오픈시위'에 참여했다는 인증 글과 사진들이 잇달아 게재됐다.
오성영 전국헬스클럽관장협회장은 이날 자신의 SNS를 통해 "방역 수칙을 지키면서 정상 오픈을 한다"며 "우리 국민 대부분이 처음부터 3단계로 굵고 짧게 가자고 그렇게 이야기를 했지만, K-방역으로 자화자찬만 늘어놓더니 이게 무엇이냐. 머슴 월급 주는 주인들이 다 굶어 죽어간다"고 항의했다.
또 다른 헬스장 업주 C씨도 "지금 실내체육시설 업자들이 단순히 문을 못열고 수입이 줄어 힘들다는 것이 아니라 형평성 없는 규제 속에서 차별받는 현실에 자괴감을 느껴서 분노하는 것"이라고 격분했다.
한편 피트니스사업자연맹(PIBA)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코로나 시대, 실내체육시설도 제한적, 유동적 운영이 필요합니다'라는 청원에는 4일 오후 4시 기준 현재 17만명이 동의에 참여했다.
gloriakim@fnnews.com 김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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