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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전직 대통령 사면, 경제위기 극복에도 긍정적

외환위기 때 김대중 결단
국난 극복 소중한 밑거름

[fn사설] 전직 대통령 사면, 경제위기 극복에도 긍정적
더불어민주당 설훈 의원은 4일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을 놓고 당내 반발이 이는 것과 관련, "꼭 그렇게만 볼 것이 아니다. 상황을 냉정하게 보자"고 말했다. /뉴시스
장기 수감 중인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을 사면할 것인지를 놓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사면 카드를 꺼낸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한발 빼는 분위기다. 민주당은 3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이 대표의 사면 발언은 국민 통합을 위한 충정에서 비롯된 것"이라면서도 "앞으로 국민과 당원 뜻을 존중키로 했다"고 밝혔다. 당내 반발 분위기를 고려할 때 사면은 일단 보류로 기우는 듯하다.

반대파가 목청을 돋우는 가운데 동교동계로 분류되는 설훈·김한정 의원의 소신 발언이 주목을 끈다. 설 의원은 4일 CBS라디오와 인터뷰에서 당내 반발에 대해 "꼭 그렇게만 볼 것이 아니다. 상황을 냉정하게 보자"고 말했다. 이어 "어떻게 하면 국난 극복을 할 수 있는 길이냐"며 "이낙연식 접근이 발상의 전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한정 의원은 지난 1일 페이스북에서 1997년 당시 김대중 대통령 당선인의 전두환·노태우 사면 건의를 언급하면서 "동서 화해, 신구정치 화해로 정치를 안정시키고, 노사정 협의를 가동해 외환위기 국난을 헤쳐나갔다"고 평가했다.

현재 이명박·박근혜 사면 논쟁은 온통 정치적 측면만 부각됐다. 이래선 해법을 찾기 힘들다. 정파적 분열과 대립은 한국 정치의 고질병이다. 그래서 설 의원이 말한 '국난 극복', 김 의원이 말한 '외환위기 극복'에 더 눈길이 간다. 외환위기가 터지고 1998년 전국적인 금모으기 운동이 일어났다. 돌이켜보면 김대중 대통령의 사면 결단이 한켠에서 그 밑거름이 되지 않았나 싶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4일 신년사에서 "올해는 우리 경제에 절체절명의 변곡점이 될 것"이라며 "코로나19 위기로 주저앉느냐, 위기를 이겨내고 선도형 경제로 도약하느냐의 기로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 성장률 3.2%, 15만개 일자리 창출이 이루어지도록 정부가, 기재부가 더 뛰자"고 말했다. 금모으기 사례에서 보듯 위기 극복은 정부가 앞장서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민적 지지가 있을 때 한층 탄력을 받는다.

문재인 대통령은 코로나 사태를 '미증유의 비상경제 시국'으로 규정했다. 그러나 위기 극복을 향한 국민적 동참 의지는 외환위기 때에 비하면 크게 떨어진다.
그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깊이 살펴볼 필요가 있다. 문 대통령은 2017년 5월 취임사에서 "저를 지지하지 않았던 국민 한 분 한 분도 저의 국민이고, 우리의 국민으로 섬기겠다"고 다짐했다. 이명박·박근혜 사면은 그 약속을 지킬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