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下> 자본주의 키즈의 탄생 해외직구·유튜브 등 적극 활용 즐거움 위한 현명한 소비 지향 "주식 수익으로 집 살래요" 저금리 시대 저축하면 '손해' 유튜브 등 SNS로 주식 공부 대출받아 과감히 주식에 투자 '빚투''영끌' 등 신조어 속출
'MZ세대'가 사회·경제 전반의 키워드로 부상했다. 과감한 재테크, 자신만의 소비형태가 특징이다. 산업계도 이들의 성향에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근로소득을 모으기보단 당장 필요한 곳에 사용하고, 온라인 정보 활용에 능수능란하다. 소비시장, 자산시장 등에도 강한 파급력을 보이고 있다. 사상 초유의 저금리 시대 지속, 낮은 경제성장률 등으로 경제 전반이 위축되면서 나타난 젊은 층의 선택적 소비·투자 형태로 분석된다.
■새로운 '큰 손' MZ…소비주체로
4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15~39세 인구는 1616만2591명으로 국내 전체 인구의 31.1%를 차지하고 있다. 흔히들 MZ세대라고 분류하는 1980년대부터 2000년대 사이 출생한 이들이 전체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셈이다. 주요 기업들과 관공서 등 각종 일자리에서 실무진을 담당하는 이들이 많고 자연스레 생산과 소비 능력이 높은 세대로 분류된다.
기성세대와 MZ세대의 차이는 소비에 대한 인식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내집 마련'이라는 확고한 목표를 가지고 높은 금리의 은행 예·적금을 적극 활용했던 기성세대와 달리 MZ세대는 조금 더 가까운 즐거움을 찾기 위해 소비를 망설이지 않는다. 치솟는 집값, '0'에 수렴해 가는 금리 등의 환경 속에서 막연한 미래를 위해 아끼기보단 현재의 삶에서 최선을 찾아가고자 한다.
올해 결혼을 준비 중인 직장인 A씨(32)는 "대학생 때만 해도 취직 이후 결혼을 준비할 때쯤이면 당연히 집을 마련할 수 있겠거니 생각했었는데 현실이 녹록지 않더라"며 "몇 년 전부터 생각이 바뀌어 몇억씩 하는 집을 사려고 한푼 두푼 아끼는 것보단 나와 주변 사람이 당장 필요로 하는 곳에 돈을 쓰는 게 더 현명하지 않으냐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MZ세대의 소비에 대한 인식이 낭비로 이어지는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소비에 있어 누구보다 세심하고 꼼꼼하다. 온라인 쇼핑몰은 물론, 포털사이트와 SNS, 유튜브까지 활용해 알뜰하고 꼼꼼하게 소비한다는 것 역시 MZ세대만의 특징이자 장점이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생소했던 해외직구와 기프티콘 선물 등이 일상 속 깊이 자리하게 된 것에도 알뜰하고 꼼꼼한 소비를 지향하는 MZ세대가 한몫했다.
MZ세대가 본격적인 소비시장의 '큰손'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이들을 겨냥한 상품과 마케팅도 쏟아지고 있다.
젊은 세대가 좋아하는 캐릭터와 '컬래버레이션' 상품을 내놓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 됐다. 젊은이들이 좋아할 만한 혜택으로 무장한 금융상품들이 속속 등장하는가 하면, 이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e스포츠 시장을 활용해 마케팅에 나서는 업체들도 적지 않다. 신상품이 출시되면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를 통해 홍보하는 것은 기존의 TV, 신문광고보다 더 중요한 일이 됐다.
국내 한 홍보업체 관계자는 "기성세대들의 소비는 어느 정도 형태가 굳어졌고 마케팅이나 광고에 의해 영향을 받는 폭이 넓지 않은 반면 MZ세대들을 겨냥한 상품과 마케팅 시장의 경우 상품 구성과 광고에 공을 기울인 만큼 그 효과가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인해 비대면 경제시장이 활성화되면서 이 같은 경향은 앞으로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은행보단 재테크…자산시장에 활력
MZ세대의 활동이 가장 두드러진 분야로 재테크를 빼놓을 수 없다. 사상 최대로 불어난 시중 유동성이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시장을 이끌고 있는 가운데 2030 젊은층의 기여도가 커지고 있다. 빚을 내서 투자한다는 '빚투'와 영혼까지 끌어 모은다는 뜻의 '영끌'은 더 이상 새롭지 않은 표현이다. MZ세대 사이에선 은행에 돈을 맡기기보단 직접 투자하는 게 경제적으로나 경험적으로 이익이라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주식을 통한 내집 마련이 목표라는 사업가 박모씨(32)는 "주식을 해서 수익을 낸 지인들의 거래내역을 꼼꼼히 살펴본 이후 주식을 시작했다"며 "위험부담을 줄이기 위해서 각 분야의 선두종목을 주로 매수·매도하는데 1년 반 만에 약 30%의 수익을 냈다"고 전했다. 최근 3000만원대 대출을 받아 주식에 투자한 직장인 최모씨(29)는 "우량주를 매입해 배당금만 받아도 은행 이자를 메꿀 수 있다"며 "지난 연말 상여금과 추가 대출을 받아 시드머니를 늘릴 계획이다. 재테크를 하지 않고 은행에 묶어놓는 건 돈을 썩히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MZ세대의 투자 열풍은 통계로도 드러난다. KB증권은 지난해 상반기 신규계좌가 2019년 동기와 비교해 63.9% 증가했는데, 이 가운데 2030세대의 비율이 56%에 달한다고 밝혔다.
또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최근 3년여간 5대 시중은행 신규 신용대출 현황'에 따르면 지난 2017년부터 2020년 8월까지 신규 신용대출 141조9000억 중 47조2000억원(33%)를 30대가 빌렸다고 한다. 20대는 14조2000억원(10.0%)의 신용대출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MZ세대의 투자활동이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와 관련해 황세윤 자본시장연구원 실장은 "젊은층이 지난해만큼 주식시장에 관심을 보이고 유입된 건 유례없는 일"이라며 "국내 주식시장은 고령화가 뚜렷하게 진행됐기 때문에 우려가 많았다.
젊은층의 유입은 시장의 유동성을 고려했을 때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지난해 '동학개미운동'을 필두로 해서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면서 자본시장이 활성화됐다"며 "과거에는 '묻지마' 투자가 개인투자자의 대명사였다면 최근에는 공부하고 분석하는 '스마트 개미'가 두드러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나치게 많은 대출을 받아 투자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자기 자본으로 안전하게 투자하는 게 가장 좋을 것"이라며 "우리나라 자본시장에도 봄이 올 때가 됐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