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케미호 나포 배경은
동결자금으로 코로나 백신구입 요구
물밑협상중이던 우리정부 당혹
청해부대 급파… 이란대사 초치
정부, 실무대표단 보내 교섭키로
초치된 사이드 바담치 샤베스타리 주한이란대사가 5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를 나서고 있다. 주한이란대사는 걸프 해역(페르시아만)에서 이란 정예군인 혁명수비대에 나포된 한국 유조선 'MT-한국케미호' 관련해 초치되었다.
[파이낸셜뉴스] 사우디아라비아를 출발해 아랍에미리트(UAE)로 향하던 한국 국적 선박 '한국케미호'가 이란 혁명수비대에 나포된지 이틀째를 맞은 5일, 대이란 제재의 불똥이 이번 사태로 이어진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특히 한국과 이란이 국제 제재로 국내에 동결된 90억달러(9조7000억원)의 원유수출대금으로 코로나19 백신 구매 등을 논의해온 사실이 드러나면서다. 또 양국간에 이같은 협상이 진행 중인 가운데 이번 사태가 발생한 점에서 우리 정부도 당혹스런 처지가 되고 있다.
■동결 수출대금 받아내기 위한 강공?
이날 외교부에 따르면 한국과 이란이 한국에 동결된 자금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구매에 사용하는 방안을 한국 정부와 협의해온 사실이 새롭게 드러나면서 선박 나포 원인도 동결 자금이 발단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코로나19 백신이 인도적 거래의 범주에 속하는 만큼 이 같은 자금 활용에 미국 정부의 승인을 받았으나, 이란이 아직 구체적인 결론을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이란 정부가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를 통해 코로나19 백신을 확보하려고 했고 이를 위한 대금을 한국 원화자금으로 납부하는 것을 놓고 미국 재무부와 한국이 다방면의 협의를 해왔다"고 밝혔다. 코백스 퍼실리티는 코로나19 백신 공동 구매 및 배분 국제 프로젝트다. 참여국가가 선입금을 하면 개발이 완료되는 백신 공급을 보장받게 된다. 한국과 이란은 이란 경제 제재로 직접 거래가 막힌 만큼 '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해 우회 입금하고 이란이 대신 백신을 지급받는 방식을 그동안 주로 논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란 측이 코백스 퍼실리티'에서도 자금이 동결될 가능성에 아직 한국에는 답변을 듣지는 못한 상황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정부도 당혹스러운 모습이다.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이 조만간 이란을 방문해 이 동결자산 처리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이번 사태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최 차관의 이란 방문이 논의된 것을 사실이지만 세부사항이 확정된 단계는 아니었다"고 밝혔다.
이번 선박 억류가 동결자산 문제뿐 아니라 미국을 직접 겨냥 못하고 우방인 한국에 행동을 취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행정부 교체기에 이란 핵 관련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탐색전으로 선제 행동을 벌였다는 것이다.
알리 라비에이 이란 정부 대변인은 5일(현지시간)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우리 선박 나포가 인질극에 해당된다는 일각의 주장에 "이란 자금 70억 달러를 인질로 잡고 있는 것은 한국"이라며 "이란 국민의 어려운 사정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제재 대상이 아닌 의약품 같은 물품에 관해서도 근거없는 구실을 들어 이란의 접근을 거부하고 있다"는 억지 주장을 폈다.
■이란, 환경오염 문제시 韓 선박 억류
이런 가운데 이날 외교부에 따르면 피랍 선박 '한국케미호'는 이란 남부 항구도시 반다르 압바스에 구금 중이다.
전날 오후 호르무즈 오만 인근 해역 항해 중 이란 당국의 조사 요청에 따라 항로를 바꿔 이란 해역으로 이동했다.
선박에는 한국 국적자 5명과 인도네시아, 베트남, 미얀마인 등 선원 20명이 탑승하고 있다.전원이 신변 안전에는 이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측은 이 선박이 걸프만에 오염물질을 배출한 혐의가 있어 억류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반면에 한국 선사 'DM쉽핑'은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반박하고 있다.
외교부와 주이란대사관은 이날도 선박 억류 관련 상세 상황 파악하고 우리 국민의 안전과 조기 억류 해제를 외교경로를 통해 요청하고 있다. 군도 인근 청해부대 33진 최영함을 호르무즈 해협 인근으로 급파해 국제 공조를 논의하고 있는 상태다.
이날 외교부는 억류 해제를 촉구하기 위해 사이드 바담치 샤베스타리 주한 이란대사를 초치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조속히 나포 상태가 풀릴 수 있도록 외교적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외교부는 고경석 아프리카중동국장을 단장으로, 실무대표단을 이란 현지에 급파해 이란 측과 교섭을 진행할 예정이다. 또 10일에는 한-이란 간 직접 협상을 위해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의 이란 방문도 추진하기로 했다.
청와대도 문재인 대통령이 사건 발생 직후 서훈 국가안보실장으로 부터 상황 보고를 받은 뒤 전날에 이어 이날도 긴급 관계부처 화상회의를 열었고, 오전부터 국가안보실을 중심으로 관계부처가 대책을 논의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김호연 기자
vrdw88@fnnews.com 강중모 김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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