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LG전자가 올해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인 CES 20201에서 가상인간 '김래아'를 선보이면서 AI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김래아는 그동안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이미지로만 공개됐었지만, 이날 인공지능(AI) 학습을 목소리까지 갖춘 완전체로 등장했다.
11일 밤 10시에 시작되는 CES 2021 개막 기자 회견에서 화면속에만 존재하는 가상인간 '김래아'가 등장해 3분간 연설을 했다. 래아는 올해 CES 2021에서 LG가 선보인 첨단 제품들을 소개했다.
■목소리 갖춘 완전체 '래아'..23살 여성
래아는 가상공간에서 컴퓨터 그래픽(CG)으로 만들어진 외형에 AI 기술로 목소리를 입힌 캐릭터다. 이름 '래아'(來兒)는 '미래에서 온 아이'라는 뜻을 담았다.
래아는 최근까지 딥러닝 기술을 통해 3D 이미지를 학습해왔고 이번 행사에서 연설자로 등장해 입체적이며 생동감 넘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날 공개된 래아는 정교한 CG에 자연스런 말투로 진짜 인간을 방불케하는 모습으로 LG전자의 신기술들을 소개했다.
3분간의 짧은 연설 시간이었지만 래아는 호텔 등 특정 공간의 위생을 위해 방역 작업을 하는 'LG 클로이 살균봇'을 소개했다. 또 휴대성, 디자인, 성능, 대용량 배터리 등 여러가지 강점을 갖춘 2021년형 LG 그램, OLED 패널을 적용한 전문가용 모니터 'LG 울트라파인 올레드 프로'등을 발표하면서 사람 못지 않은 스피치 실력을 뽐냈다.
김진홍 LG전자 글로벌마케팅센터장 전무는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우리의 삶이 빠르게 변하고 있는 가운데 LG전자의 혁신적인 신제품과 서비스를 통해 고객이 소중한 일상을 더 안심하고 편리하며 재미있게 누릴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는 래아가 진짜 인간인 것처럼 나이와 직업 등을 부여했다. 래아는 올해 23세의 여성이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작곡 활동을 하는 '인플루언서'다. 래아는 실제 인스타그램 계정을 열고 팬들과 소통 중이며, 현재 게시물은 77개, 팔로워는 5790명이다.
SNS 속 래아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젊은 여성들과 다를 바 없는 삶을 살고 있다. 한강에서 석양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친구와 맥주 한잔을 기울이거나, 엘리베이터, 카페에서 셀카를 찍는 모습들도 볼 수 있다. 코로나19 방역수칙에 맞춰 마스크를 쓰고 공연이나 전시회를 관람하기도 하고 맛집을 찾기도 한다. 그러나 SNS 속 래아는 아직 목소리가 없어, 현재 찾는 중이다. 래아는 아이폰에 탑재된 AI 비서 '시리'에게 목소리를 어떻게 만들었냐고 묻기도 하고, 지하철, 대형마트 등에서 사람들의 목소리를 수집하는 등 목소리를 갖기 위한 그간의 노력을 SNS에 담아놨다.
■삼성전자, 이미 인공인간' 상용화 착수
가상인간은 3가지 요소로 구성된다. CG를 통해 실제 인간과 구별할 수 없는 수준의 정교한 외형, 그리고 음성합성 기술을 통한 목소리, 또 사람과 대화 할 수 있는 수준의 AI 기술 등이 합쳐져야 한다.
지난 1998년에 등장했던 대한민국 1호 사이버가수 '아담'은 단순히 CG로 만들 캐릭터에 다른 가수가 부른 노래를 입힌 애니메이션 캐릭터에 가까웠지만, 인공인간은 화면 속에 존재하지만 실시간으로 쌍방향 소통을 목표로 발전 중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CES에서 안공인간 프로젝트 '네온'을 처음 공개한 바 있다. 당시 선보인 인공인간은 흑인 남성부터 항공기 승무원, 아나운서, 동양인 여성까지 다양했다. CG로 만들어진 인간이 화면 속에서 화면 밖의 진짜 사람들과 소통하는 모습을 보였다.
네온은 삼성전자의 미국 연구조직인 삼성리서치아메리카(SRA) 산하에 있는 스타트업 '스타랩'(STAR Lab)에서 개발했다. 이 회사의 책임자인 프라나브 미스트리 매사추세츠공대(MIT) 미디어랩 출신으로 2014년 삼성전자가 영입했다.
이후 36세 나이로 전무로 승진하며 삼성전자의 최연소 임원이 되기도 했다.
네온은 쇼핑호스트, 안내원, 앵커 등 사람과 대면하는 직종에서 실제 적용 가능한 모델로 발전해 나가는 중이다. 실제로 신한은행은 지난해 11월 삼성전자와 협약을 맺고 은행 점포에 네온을 도입하는 사업을 함께 추진키로 한 바 있다.
ahnman@fnnews.com 안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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