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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내집마련 힘든 2030, 혼인해도 임신 꺼리는 3040.. 요람부터 '비어가는' 한국 [저출산의 습격, 인구재난 시작됐다]

<1> 인구절벽의 현실
작년 신생아 30만명선
무너지며 역대 최저
신생아가 사망자보다 적은
'데드크로스' 예상보다 빨라
경제 지탱하는 생산가능인구
2018년 정점 찍고 추락중
올해 태어난 아이
30년후 노인 1명 부양해야

취업·내집마련 힘든 2030, 혼인해도 임신 꺼리는 3040.. 요람부터 '비어가는' 한국 [저출산의 습격, 인구재난 시작됐다]
인구재난을 가장 명확히 보여주는 지표는 합계출산율이다. 가임여성 1명이 평생 동안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수다. 이 합계출산율이 지난해 1·4분기 0.90명에서 3·4분기 0.84명으로 떨어졌다. 역대 최저다. 합계출산율은 연중 1·4분기에 가장 높다가 갈수록 낮아진다.

■한해 출생아 20만명대의 비극

11일 통계청·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2020년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83~0.84명으로 추산된다. 초(超)저출산이다. 일본(1.42명)·중국(1.69명)보다 낮다. 더군다나 저혼인·저출산의 코로나19 충격이 반영되지 않은 수치인데, 올해는 0.7명대로 더 악화될 것이 확실시된다.

이유 중 하나는 혼인율 하락이다. 합계출산율에 1년 정도 선행하는 지표인 조혼인율(인구 1000명당 혼인건수)은 지난해 3·4분기 기준 3.7건에 그쳤다. 2018년(5.0건), 2019년(4.7건)보다 급락한 수치다. '포스트코로나 인구 변화' 보고서를 낸 김민식 한국은행 거시재정팀 차장은 "올해 초부터 임신 유예와 혼인 감소 등 코로나19 영향이 출산율로 가시화될 것이다. 2022년 합계출산율이 통계청의 최악(저위) 시나리오인 0.72명보다 더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더 큰 문제는 합계출산율 하락세가 매우 가파르다는 점이다. 합계출산율은 지난 15년간 1.2명 안팎에서 등락했다. 그러던 것이 2016년 1.2명대가 꺾인 이후 하락 속도가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코로나 사태가 결혼·출산에 직격탄이 됐다. 최진호 아주대 명예교수는 "초저출산이 지속돼 여성 인구가 줄어들고 비혼 인구마저 늘어나면 출산율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출생아 수는 25만명대로 더 떨어질 것이다. 몇 년 안에 출산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상황을 넘어섰다"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해 태어난 신생아는 27만5815명으로 역대 최저다. 통계청이 2019년 추계한 2020년 신생아 수(29만2000명) 전망이 크게 빗나간 것이다.

■소리없이 다가온 '데드크로스'

결국 이달 초 인구재난을 상징하는 암울한 지표가 나왔다.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2020년 말 기준 주민등록상 인구(5182만9023명)가 사상 처음 감소했다. 인구감소 폭은 전년 대비 0.04%(2만838명)로 미미할 수 있으나, 이것이 상징하는 바는 위중하다. 사라진 인구 2만명은 전북 장수군(2019년 말 기준 2만2441명) 하나가 통째로 없어진 것과 같다면 어떨까.

이렇게 앞으로 30년내 지방의 소도시 100여곳이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이를 보여주는 지표가 지방소멸위험지수인데, 한 지역의 젊은 여성인구(20∼39세)를 65세 이상 고령인구로 나눈 값이다. 지난해 한국고용정보원은 전국 228개 시·군·구의 46%(105곳)가 소멸위험에 놓여있다고 발표했다. 이상호 고용정보원 연구위원은 "5년 전 조사 때보다 11%포인트(25곳)나 늘었다. 인구감소가 지방에선 가게들이 문 닫고 청년들이 일자리를 잃고 있는 현실의 문제"라고 했다.

■생산가능인구 추락속도 세계 1위

인구재난은 우리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가져온다. 경제를 지탱하는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경제 역동성, 성장잠재력이 위축된다는 것이다. 생산가능인구는 2018년(3746만명)을 정점으로 추락 중이다. 이상호 한국경제연구원 고용정책팀장은 "한국 제조업 근로자 평균연령 증가폭이 일본보다 2.9배나 빠르다. 이런 고령화 추세라면 2022년 우리가 일본을 추월한다"고 했다.

통계청이 2019년 전망한 시나리오로 보면 생산가능인구 3000만명대가 2038년 무너진다. 그러나 코로나19 충격이 온전히 반영된다면 이보다 몇 년 더 앞당겨질 수 있다.

인구고령화(65세 이상) 속도는 더 빨라지는데, 2025년 초고령사회(65세 이상 비율 20%)에 진입한다. 세계 최단기간(7년)이다. 이 비율은 2036년 30%, 2051년엔 40%를 넘어선다. 고령화는 노인부양 부담과 직결된다. 올해 태어난 아이가 30년 후쯤 성인이 되면 노인 1명을 부양하는 부담(노년부양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이 정도 노인부양 부담을 지는 나라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고 했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우리나라의 초저출산은 정상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유는 매년 태어나는 아이가 줄어드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것, 거의 20년간 초저출산이 계속되도록 만든 근본 원인이 나아지기는커녕 오히려 더 나빠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