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불규칙한 주야간 교대근무도 업무상 재해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이홍구 대법관)는 사망한 신모씨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청구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부선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2일 밝혔다.
2009년 대우조선해양에 입사한 신씨는 조선소 용접 업무를 수행하면서 주?야간 교대 근무를 했다. 1주 평균 4일 근무하며, 주간근무는 오후 5시까지 매일 8시간씩, 야간근무는 오후 8시부터 다음날 오전 5시까지 매일 7시간씩 근무하는 방식이었다.
신씨는 2016년 11월 야간근무 중 갑자기 통증을 느끼고 조퇴, 응급실 내원 후 종합병원으로 후송돼 ‘급성 심근염’(이하 '이 사건 상병'이라 한다) 진단을 받았고, 10일 뒤 숨졌다. 그런데 신씨의 사망 전 12주간 근무내역을 살펴본 결과 3일 연속 10시간씩 야간근무를 하는 등 실제로는 이같은 근무원칙은 잘 지켜지지 않았고 주야간 근무일정도 불규칙적이었다.
신씨 유족은 2017년 2월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를 신청했다. 하지만 공단이 “급성 심근염이 업무상 과로와 스트레스로 발병했다거나 이로 인해 기존 질환이 악화된 것으로 인정하기 어렵다”며 거절하자 소송으로 이어졌다.
1·2심은 “급성 심근염은 박테리아 또는 바이러스 감염에 따른 것이고, 그 기전은 원인균, 병원체에 노출되는 것인데, 용접업무를 하는 망인의 업무와 병원체에 대한 노출 사이에는 직접적인 관련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망인은 이 사건 상병 발병 당시 만 37세의 건강한 성인 남성으로 평소 특별한 기초질환이 없었고, 업무상 요인 외에는 초기 감염이 이 사건 상병으로 급격히 악화돼 사망에 이를 만한 요인을 찾아볼 수 없다”며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대법원은 “주야간 교대 근무가 취침시간의 불규칙, 수면부족, 생활리듬 및 생체리듬의 혼란으로 피로와 스트레스를 유발, 그 자체로 질병을 촉발하거나 또는 누적된 피로와 스트레스가 신체의 면역력을 저하시켜 질병의 발병·악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은 널리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망인의 업무는 근무일정 예측이 어려운 업무, 교대제 업무, 육체적 강도가 높은 업무 등과 같은 업무부담 가중요인이 복합적으로 존재하는 업무에 해당한다”며 “상병 발병 전 12주 동안 업무시간이 1주 평균 52시간에 미달하더라도 업무와 질병 사이의 관련성이 증가한다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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