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현직 구청장 남편 신분으로 지역사업가로부터 현안 청탁 대가로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제학 전 양천구청장이 항소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2심 재판부는 혐의가 일정 부분 인정된다고 봤다.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는 13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된 이 전 구청장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1심과 달리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또 추징금 3000만원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금품 공여자가 형평에 어긋나는 적극적인 우대 조치를 요구하지 않았다 해도 금품 수수 명목이 공무원 직무에 속한 사항과 관련한 알선임이 어느 정도 구체적으로 나타났다면 특경법상 알선수재죄가 성립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사건 금품 공여자 A씨는 이 전 구청장과 대화하다가 3000만원을 꺼내 탁자에 올려놓은 상태에서 당시 회사의 판매시설 허가와 교통영향 평가에 대해 언급하고 구청에서 서류를 빨리 처리해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시 회사가 근린생활시설에서 판매시설로 용도 변경해야 할 의무를 이행 못 하면 계약해지가 될 수 있어 금품 교부 당시 A씨가 이 전 구청장을 통해 해결해야 할 구체적 현안이 존재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또 "판매시설 변경 허가권을 양천구청이 갖고 있었고, 교통영향평가에서는 양천구청 의견이 반영된다"며 "A씨와 이 전 구청장 사이에 금품수수 명목이 공무원 직무 사이에 알선 관련임이 어느 정도 구체적으로 나타났다"고 언급했다.
재판부는 "이 전 구청장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했다고 판단돼 특경법상 알선수재가 성립한다"면서 "이 전 구청장은 현직 구청장 남편으로서 3000만원이라는 적지 않은 금액을 알선 명목으로 수수해 죄질이 좋지 않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 전 구청장이 먼저 금품을 요구한 게 아니라 A씨가 먼저 교부하겠다고 제안했다"며 "금품 수수 후 실제 알선행위를 한 걸로 보이지 않고, 1심서 3000만원을 공탁한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 전 구청장은 2014년 지방선거에서 자신의 부인인 김수영 현 양천구청장이 당선된 이후 지역사업가 A씨에게 마트 입점 등과 관련한 사업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3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A씨가 자신과 정치적 입장을 달리하는 이 전 구청장이 자신의 사업에 적어도 손해를 끼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막연한 기대감을 갖고 보험금 명목으로 금품을 교부한 것"이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jasonchoi@fnnews.com 최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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