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배상 판결 등 한일 관계 악재에
자민당 극우파 기승...한일 외교공간 위축
지난 2011년 8월 1일 울릉도 방문을 위해 입국한 사토 마사히사 참의원(상원)의원(왼쪽 세번째)이 김포공항 법무부 송환대기실로 향하고 있다. 당시 정부는 이들의 입국불허 조치를 발표, 공항에서 일본으로 돌려 보냈다. 사진=박범준기자
【도쿄=조은효 특파원】 악화된 한·일 관계를 틈타 일본 자민당 내 극우 정치인들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국 법원의 위안부 판결에 대한 대항조치로 주일 한국대사를 추방해야 한다는 등 선을 넘는 주장을 쏟아낸 것이다. 실현 가능성은 극히 떨어지나, 이들의 목소리가 커질수록 한·일 양국간 대화 공간이 위축될 수 밖에 없다.
13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일본 언론들은 전날 자민당 외교부회에서 이 조직의 수장인 사토 마사히사 회장이 한국 법원의 위안부 판결에 대한 대항조치로 국제사법재판소(ICJ)제소, 남관표 일본 주재 한국대사의 본국으로 귀국 요구 등을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본국으로 귀국 요구는 사실상 추방이다. 남 대사는 이달 중 후임 강창일 대사에게 자리를 넘기고, 이임할 예정이다.
나아가 이 자리에 참석한 자민당 강성 의원들은 강창일 신임 대사에 내준 일본 정부의 아그레망(외교사절에 대한 사전 동의)도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산케이 신문이 전했다. 한·일간 아그레망 거부나 취소는 단 한 번도 전례가 없는 일이다. 아이보시 고이치 신임 주한일본대사의 한국 부임 시기를 늦춰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정부 측 참석자는 "(자민당 외교부회) 회의에서 나온 의견을 근거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외교부회는 한국 정당의 정책위원회와 같은 정무조사회 산하 외교 관련 분과 위원회다. 지난해 중국의 홍콩국가보안법 강행에 반발, 시진핑 국가주석의 국빈방일을 취소해야 한다는 결의문을 당시 아베 신조 총리에게 전달한 바 있다. 한국, 중국 문제에 있어 강경 대응을 주도하는 모임으로 알려져 있다.
자민당의 사토 마사히사 참의원이 주먹으로 민주당 소속의 고니시 히로유키 의원의 얼굴을 밀어내고 있다. AFP뉴스1
이날 회의를 주재한 사토 마사히사 의원은 지난 2011년 독도 조사를 위해 울릉도에 방문하겠다고 한국에 입국하려다가 공항에서 거부당한 대표적인 극우파 정치인이다. 아베 신조 전 총리 등 극우파의 돌격대로 불리는 인물이다. 지난해까지 외무성 부대신을 지내며, 한국에 대해 강경 발언을 일삼았다.
외교소식통은 "자민당 외교부회 주장들이 그대로 실현된 경우는 거의 없다"면서 "한국 언론에 자신들의 주장이 보도되는 것 역시 이들의 노림수"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들의 이런 입장도 수위는 다르나, 결국, 일본 정부의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마이니치신문은 이날 기명 칼럼을 통해 한국 법원의 위안부 배상 판결에 따른 "충격은 전 징용공(일제 징용 노동자) 판결보다 크다"는 일본 외무성 간부의 발언을 전했다. 외무성 간부의 이런 발언은 2018년 징용 배상 판결은 일본 기업을 대상으로 한 것이지만, 이번 위안부 배상 판결은 일본 정부의 배상 책임을 처음으로 인정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스가 요시히데 총리는 다음달 중 미국을 방문, 조 바이든 신임 미국 대통령과의 첫 미·일 정상회담에서 한·일 갈등 문제를 의제로 올릴 것으로 보인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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