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가 1초도 안 되는 찰나에 일어난 데다 사람과 부딪힌 부위가 차량 측면인 점 등을 고려할 때 운전자의 주의 의무 위반 과실을 묻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14일 광주고법 전주재판부 제1형사부(김성주 부장판사)에 따르면 이른바 ‘민식이법’으로 불리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어린이보호구역 치상) 혐의로 기소된 A(58·여)씨의 항소심에서 검찰의 항소를 기각하고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
A씨는 지난해 4월28일 오후 3시6분쯤 승용차를 몰고 전북 전주시 완산구 한 초등교 인근 어린이 보호구역 내 횡단보도 부근을 지나다 이 학교 학생 B(10)양을 들이받아 다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사고로 B양은 발목 복사뼈 부위가 골절돼 전치 8주의 상해를 입었다.
사고 당시 A씨는 규정 속도(30㎞) 이내인 시속 28.8㎞로 주행한 것으로 조사됐으나, 검찰은 사고 부위에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가 설치돼 있고 어린이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곳에서 운전자가 전방 주시 태만 등 주의 의무를 소홀히 했다고 보고 법정에 세웠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광주고법 전주재판부. 사진=fnDB
1심 재판부는 “사고 당시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운전자가 조향 또는 제동장치를 아무리 정확히 조작했더라도 사고를 피할 수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검찰은 사실 오인과 법리 오해 등 이유로 항소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 판단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피해자와 사고 차량의 접촉 부위가 앞 범퍼가 아닌 측면인 데다 피고인이 피해자를 인식 가능한 때부터 충돌 시점까지 시간이 0.7초에 불과해 운전자가 주의 의무를 다했더라도 사고가 불가피했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이런 판단에는 도로교통공단의 교통사고 분석 결과가 상당히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교통사고분석서에 따르면 A씨 승용차 블랙박스에서 확인된 사고 시간은 피해자 출현 시점에서 충돌 시점까지 약 0.7초가 소요됐다.
이를 당시 피고인 차량 주행 속도(28.8㎞)에 비춰볼 때 위험 인지 이후 정지에 필요한 시간은 약 2.3초, 정지거리는 13.2m로 추정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사고 증거와 당시 주위 상황을 종합할 때 피고인이 피해자가 길을 건널 것을 예상하기 어려웠을 것이고, 사고도 승용차가 이미 지나가면서 피해자와 부딪친 것으로 보인다”며 “(따라서 운전자가) 아무리 빨리 조향·제동장치를 조작했어도 사고는 피할 수 없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춰볼 때 무죄를 선고한 1심의 판결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