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전 비서실 직원 A씨. 뉴시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을 사실로 본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지난해 7월 박 전 시장 성추행 의혹이 불거진 뒤 법원이 이를 인정한 것은 이번이 최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부(조성필 부장판사)는 14일 강간치상 혐의로 기소된 전 서울시장 비서실 직원 A씨에게 징역 3년 6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또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이 사건 피해자는 ‘박원순 성추행 의혹’의 피해 여성이기도 하다. 피해자는 작년 7월 ‘박원순 시장에게 지속적으로 성추행 당했다’는 취지로 박 시장을 경찰에 고소했다. 이후 박 전 시장은 극단적 선택을 해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제3자, 즉 박 전 시장에 의한 성추행과 언론보도로 인한 것이지, 자신의 준강간으로 인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2020년 5월 1일 병원에 내원해 치료를 받기 시작한 뒤 2020년 5월 15일부터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실을 진술하기 시작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박 전 시장이 피해자에게 보낸 야한 내용의 문자 메시지 등을 언급했다. 재판부는 “박 시장 밑에서 근무한지 1년 반 이후부터 박 시장이 야한 문자, 속옷 차림 사진을 보냈고 ‘냄새 맡고 싶다’ ‘사진을 보내달라’ ‘몸매가 멋있다’ 등의 문자를 받았다”면서 “2019년 2월에는 '남자에 대해 넌 모른다' '남자를 알아야 시집을 간다' '섹스를 알려주겠다' 등 남성과 여성의 성관계 과정을 얘기했다는 여러 차례 진술에 비춰보면 피해자가 박 전 시장 성추행으로 인해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은 것은 틀림 없는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피고인은 이미 결혼해 자녀가 있고 피해자가 피고인 생일을 챙겨주는 등 친하게 지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 같은 피해를 받은 것에 정신적 충격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비록 피해자가 박 전 시장 성추행으로 정신적 고통 받았지만 이로 인해 외상후스트레스장애를 받았다고 보기 어렵고 피고인 행위가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선고를 마친 뒤 피해자 측 김재련 변호사는 "피해자가 결국 박 전 시장을 고소했지만 피고소인의 사망으로 법적 호소의 기회를 잃었다"며 "피해자가 입은 피해에 대해 재판부가 일정 부분 판단을 해주셔서 피해자에겐 조금이나마 위안이 될 것 같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피고인 측의 문서제출명령으로 피해자의 상담 및 의무기록 전체가 법원으로 와서 그 내용을 재판부가 보고 이렇게 판단해주신 것 같다"며 "사실관계를 인정하지 않고 왜곡 및 부정하는 사람들 때문에 피해자가 너무나 많은 공격을 당하고 있는데 그런 측면에서는 (재판부가) 언급을 해줘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 전 시장의 성추행 혐의 사건은 박 전 시장이 지난 7월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이 종결된 상태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 최서영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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