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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국립대 교수로 근무하는 아버지가 같은 대학교 같은 과에 재학 중인 아들에게 시험 기출문제를 빼내 건네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북부지법 형사9단독(이미경 부장판사)는 14일 공무상 비밀 누설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 된 서울과기대 교수 이모씨(63)에게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이씨는 지난 2014년 아들이 수강하는 수업 담당 A교수에게 '외부강의에 사용하겠다'고 속이고 2년치 강의 포트폴리오를 받아 이메일로 아들에게 건낸 혐의를 받는다. 해당 포트폴리오에는 예시 답안지, 중간·기말고사 기출문제, 수강생 실명이 담긴 채점표 등이 담겨 있었다.
A교수는 중간·기말고사를 치를때 마다 학생들로부터 시험문제지를 수거해 기출 문제를 관리해 왔던 것으로 조사됐다. 또 이씨에게 포트폴리오를 건네며 수 차례 "보안을 유지하라"고 당부한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이를 두고 "일반 학생에게 공개되지 않는 내용이 포함된 사실을 피고인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고 보인다"며 비밀누설 고의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후 이씨의 아들은 4차례의 중간·기말고사에서 기출문제와 50∼70%가 유사하게 나왔고, 아들은 우수한 학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국립대 교수인 이씨가 같은 과 재학 중인 자신의 아들에게 직무상 알게 된 강의 포트폴리오를 공유한 행위는 국립대 강의 및 학적관리 업무수행에 지장을 초래하고, 공교육에 관한 국민 신뢰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죄질이 좋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특정 학생들의 답안지가 유출되면 시험의 공정성을 해칠 우려가 있는 만큼 직무상 비밀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재판부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실제 기출문제와 과거 기출문제에 차이가 존재하고, 주제가 같을 뿐 같은 시험문제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또 이씨가 A교수로부터 자료를 건네받은 시점이 학기 시작 전으로 중간·기말고사와 시간적 간격이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
한편 이 사건은 지난 2018년 김현아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이 의혹을 처음 제기해 이른바 '대학판 숙명여고 사건'으로 알려졌다. 이씨가 아들을 같은 학교에 편입학시키고 자신이 개설한 8개 강의에서 아들에게 모두 A+ 학점을 준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검찰은 교육부 의뢰로 수사에 착수해 아들 이모씨의 편입학 답안지와 강의 시험지를 검토했지만, 직접 문제를 유출한 정황 등 부정행위가 발견되지 않아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다. 다만 이 과정에서 이씨가 A교수로부터 시험문제를 넘겨받은 정황을 포착해 이씨를 재판에 넘겼다. 이씨는 서울과기대로부터 직위해제 처분을 받고 직무에서 배제됐다.
gloriakim@fnnews.com 김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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