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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클릭] '현장의 맛' 없는 온라인 CES… 벤처·스타트업엔 기회

[현장클릭] '현장의 맛' 없는 온라인 CES… 벤처·스타트업엔 기회
현대차가 첫 자율주행차인 아이오닉을 도로에 내놓은 것은 4년 전에 열린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인 'CES 2017'에서였다. 미국 라스베이거스 웨스트게이트 호텔을 출발해 다른 차량의 통제 없이 직선도로, 교차로, 지하도로 등 4㎞ 구간을 달린 아이오닉은 시범 자율주행에 성공했다.

당시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깜짝 등판해 직접 이 자동차를 운전했다. 현장에서 이를 지켜본 사람들은 먼 미래가 갑자기 훅 다가온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 당연히 그날 밤 기자단의 저녁 자리에서 가장 핫했던 화두도 자율주행차였다. CES가 '라스베이거스 모터쇼'라는 별칭을 얻은 것도 이때부터다.

CES에는 항상 '미래'라는 말이 따라붙는다. "올해는 과연 어떤 신기술이 나올까." 사람들은 이런 기대를 안고 CES를 찾는다. 업체들은 신제품 외에도 4년 전 현대차의 자율주행차처럼 중장기 전략기술을 경쟁적으로 선보였다. 방문객들은 체험을 할 수 있었다. '미래 체험 공원'이란 대중의 공감은 CES를 세계 최고의 테크쇼로 만들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휩쓴 올해는 불가피하게 사상 첫 온라인 CES가 치러졌다.

코로나는 비대면을 강제했다. CES는 '현장의 맛'을 잃었다. 참가기업은 지난해 4500여개에서 반토막에도 못 미치는 1964개로 급감했다. 현대차는 불참했고, 그나마 안방마님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참여해 명맥을 이었다. CES 홈페이지에 각사마다 마련된 가상전시관은 볼 게 없었다. 현장 부스에서 보고 느꼈던 예년과 달리 가상전시관은 화려한 영상편집으로 '포장'에 더 집중했다. 무대를 현장에서 가상으로 옮기니 혁신은 와닿질 않았다.

군소업체의 경우 아예 온라인 전시를 못한 곳도 많았다. 업계 동향을 파악해야 할 관계자가 아니면 대중들이 가상 놀이공원을 찾을 이유가 딱히 없어 보였다.

기조연설은 온라인으로 진행됐으나 행사기간 업체별로 미래를 논했던 최고경영자(CEO) 현장인터뷰 등은 사라졌다. 이들이 어느 부스를 찾아가 무엇을 봤느냐도 볼거리였는데, 역시 사라졌다.

다만 CES가 온라인 포맷을 갖췄다는 점은 성과였다. 올해 시행착오를 잘 리뷰하면 내년에는 라스베이거스를 찾지 못하는 관람객을 배려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주요 업체들의 빈자리를 대신해 벤처·스타트업에 대한 문호가 넓어진 것도 긍정적이다.

"올해는 재미가 없네요"라는 한 참가업체 직원의 말처럼 언택트는 CES에 어울리지 않았다. CES는 미래를 체험할 때 완성되는 쇼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