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24일 미국 플로리다주 잭슨빌에서 대선 연설을 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로이터뉴스1
[파이낸셜뉴스] 미국 야권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퇴임 이후 기밀 브리핑을 제공하면 안 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트럼프는 차기 바이든 정부가 야권의 주장대로 브리핑을 차단한다면 역대 최초로 브리핑을 받지 못하는 전직 대통령이 된다.
민주당의 애덤 시프 하원 정보위원장(캘리포니아주)은 17일(현지시간) CBS 방송과 인터뷰에서 “트럼프에게 다른 기밀 브리핑을 제공해야 할 이유가 없으며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지금 트럼프를 믿을 수 없다고 본다. 그리고 앞으로도 확실히 못 믿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대통령들은 퇴임 이후에도 정보 부서가 작성한 기밀 브리핑을 주기적으로 받는다. 해당 브리핑은 현직 대통령의 대통령일일보고(PBD)에 비하면 민감한 정보들이 빠져 있지만 여전히 고위 각료에게 제공하는 정보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는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인 동시에 전임자가 기밀 정보를 바탕으로 현직 대통령에게 정책 조언을 할 수 있다는 취지의 전통이다. 아울러 전직 대통령은 자신의 재임시절 정책과 관련한 기밀 정보에 부분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
같은날 무소속 앵거스 킹 상원의원(메인주)도 CNN과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부주의 혹은 고의적으로 기밀 정보를 노출해 정보원과 수집 방법을 망가뜨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직 대통령 브리핑은 예우일 뿐이지 법적인 요구 조건이 없으며 과거 트럼프가 기밀 정보를 다뤘던 상황을 생각하면 그에게 브리핑을 제공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과거 트럼프 정부에서 국가정보국(DNI) 수석 부국장을 지냈던 수전 고든 역시 지난 15일 워싱턴포스트 기고문에서 트럼프에게 정보 제공을 멈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트럼프가 정보를 부주의하게 다룬다는 불만은 이미 취임 초부터 시작됐다. 트럼프는 취임 초인 2017년 백악관 집무실에서 러시아 외무장관과 주미대사에게 이슬람국가(IS)의 테러 시도와 관련한 첩보를 언급해 구설에 올랐다. 2019년 8월에는 이란의 미사일 발사대를 촬영한 항공 사진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리기도 했다. 영국 가디언지는 17일 보도에서 트럼프가 임기중에 기록 관리를 소홀히 했고 서류를 임의로 찢어 트럼프 정부의 기록물 상당 부분이 훼손됐다고 주장했다. 미 대통령은 대통령 기록법에 따라 국립문서기록관리청 청장의 조언을 구하고 의회에 통보하지 않으면 임의로 기록물을 파기할 수 없다. 가디언은 백악관 관계자를 인용해 과거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가 정부의 일시 업무정지 관련 서류를 보냈을 당시 트럼프가 비서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서류를 찢었다고 보도했다. 결국 기록 담당 직원 10명이 달라붙어 찢어진 문서를 테이프로 붙여야 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은 아직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론 클레인 백악관 비서실장 내정자는 17일 CNN과 인터뷰에서 트럼프에게 계속 기밀을 제공할 것이냐는 질문에 “우리는 차기 바이든 정부의 정보 전문가들이 자리를 잡으면 전문가들의 조언을 들을 것”이라며 상원의 조속한 인준을 촉구했다. DNI 국장과 중앙정보국(CIA) 국장 등 일부 정보기관 수장은 상원의 인준이 필요하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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