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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규제 아닌 공급 '부동산 처방전' 바꿔야

[기자수첩] 규제 아닌 공급 '부동산 처방전' 바꿔야
지난해 몇 달 동안 어깨가 아프다는 남편은 어깨통증을 치료하기 위해 스트레칭을 하고 파스를 붙이는 등 갖은 노력을 했지만 쉽게 낫질 않았다. 결국 운전을 하기도 힘들 정도가 되자 그제서야 정형외과에 갔다. 문제는 어깨가 아니라 목이었다. 목디스크로 인해 어깨통증이 생긴 것인데 그동안 원인을 잘못 알고 자가치료를 했던 것이다.

모든 문제의 해결은 정확한 진단이다. 그런 면에서 지난해 "부동산 시장은 상당히 안정되는 것 같다"고 요상한 진단을 하던 대통령의 신년사가 1년 만에 "부동산 안정화에는 성공하지 못했다"로 바뀐 것은 바람직하다고 본다. 다만 그 원인에 있어서는 여전히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어 절반의 의구심은 남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부동산 안정화 실패 원인으로 저금리로 인한 유동성과 세대증가를 꼽았다. 어느 정도는 맞는 이야기다. 그러나 유동성 탓만 하기에는 그동안 집값이 올라도 너무 올랐다. 저금리는 하루이틀의 현상이 아니었다. 애초에 부동산정책을 입안할 때 첫번째로 고려됐어야 할 요소라는 점이다. 저금리 시기 집값상승이 불가피한 점을 인지하고, 상승세를 최소화할 방안을 마련했어야 한다.

더 당황스러운 대목은 '세대수 증가'다. 지난해 우리나라 인구가 감소했는데도 불구하고 무려 61만세대가 늘어났고, 이런 세대수 증가가 예측했던 공급물량보다 훨씬 높아 공급부족 사태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급격한 세대수 증가에 대해서는 원인을 더 따져봐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1~2인가구 증가로 인해 세대수가 증가하는 흐름 역시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 더욱이 이런 1~2인가구가 주로 거주하는 집은 최근 집값상승의 중심에 있는 '아파트'가 아니라는 점이다. 이런 섣부른 진단은 결국 늘어난 1~2인가구를 위한 맞춤형 공급으로 원룸이나 도시형생활주택 등의 공급을 늘려야 한다로 귀결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가격상승의 중심에 있는 것은 아파트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런 진단으로 시장수요에 맞는 공급이 이뤄질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진단은 전문가가 해야 한다.
그동안 시장전문가들은 줄기차게 규제 위주의 정책을 비판하고, 공급의 중요성을 주장했지만 정부가 듣지 않았다고 말한다. 이제라도 들어야 한다. 정확한 진단을 듣고 그에 맞는 처방을 내리기를 바란다.

aber@fnnews.com 박지영 건설부동산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