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성수 위원장 추가 연장 시사
금융권 "기업 부실 바로미터인
이자지급 더 늦춰선 안돼" 반대
정치권 연일 ‘고통분담’ 띄우기에
"결국 이자 탕감 수순밟나" 우려
금융당국과 정치권에서 연일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은행들의 희생을 강요하면서 은행들이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후 지난 1년간 은행들의 사회전반의 고통을 나누기 위해 중소기업, 자영업자들에게 대출 만기 연장, 이자 유예 등 다양한 정책에 협조했지만 기약 없는 희생만 더 강요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정치권에서 예대금리 완화, 이자지급 등 주주 자본주의 근간을 흔드는 발언이 이어지고 있다.
■"공과금 등으로 부실 파악 못해"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19일 올해 업무계획 브리핑에서 코로나19 이후 시행됐던 금융권의 대출 만기 연장 및 이자유예 조치를 지속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금융당국과 은행들은 지난해 3월부터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대출만기 연장, 이자유예 조치를 6개월 동안 운영해왔고 올해 3월 말까지 한 차례 연장을 했다. 은 위원장이 이날 발언이 공개되자 금융권은 격양된 반응을 보였다. 특히 은행들은 그동안 대출만기 연장과 별개로 이자유예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여러차례 밝혔다. 시중은행장들은 지난해 12월 은 위원장이 개최한 '코로나19 대응정책 평가 간담회'에서 기업 이자유예 조치는 연장할 수 없다는 의견을 전달하기도 했다. 금융권은 이자 지급은 기업의 부실을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라는 것. 금융권 관계자는 "이자유예를 지속적으로 하면 어차피 나중에 부담할 이자가 눈덩이처럼 쌓이기 때문에 기업들이 더 큰 부실에 빠질 수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은 위원장은 은행 창구에 있는 직원들이 본인이 거래하는 기업에 대해 공과금, 전기료 납부 등을 체크하며 모니터링 하고 있어 이자지급 아니라도 기업의 부실 상태를 알 수 있는 방법은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은행들은 이에 대해서도 반대 의견을 제기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자지급 상황보다 기업이나 자영업자의 부실을 가장 잘 알 수 있는 지표는 없다"며 "설사 공과급 납부가 지연되는 것을 알더라도 이자유예 기업에게는 선제적으로 조치를 해줄 수 있는 권한이 없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은행관계자는 "금융사 직원들이 부실 기업들의 공과급 지연 납부를 알 수 없다"며 "이런 사실은 담보 물건이 압류 됐을 때 파악할 수 있는데 이때는 이미 늦은 것"이라고 전했다.
■이자탕감으로 가나
금융기관들은 벌써부터 코로나19로 시작된 중소기업에 대한 이자유예 조치가 탕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데 우려를 보이고 있다. 특히 정치권에서 금융기관의 수익성과 고통분담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더불어 민주당 홍익표 정책위의장은 한 방송에서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이익을 보고 있는 가장 큰 업종이 금융업"이라며 "임대료만 줄이고 멈추자고 할 것이 아니라 은행권의 이자도 멈추거나 제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임대료 멈춤' 운동과 같이 금리를 낮춰주거나 이자 수취를 중단하고 신용등급 하락, 가압류 등을 유예하는 사회운동을 언급하면서 "필요하면 한시적 특별법을 통해서라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출만기 연장, 이자유예 조치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결국에는 이자탕감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고통분담과 이자유예 규모가 크지 않다는 이유로 결국에는 탕감으로 이어진다는 것. 특히 시간이 지날 수록 선거 등 정치권 이벤트와 맞물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pride@fnnews.com 이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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