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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구순의 느린 걸음] 2021, 美·中 블록체인은 날개 편다

[이구순의 느린 걸음] 2021, 美·中 블록체인은 날개 편다
연초부터 블록체인은 유독 바빴다. 1월 1일 새벽 3만달러 선에서 시작한 비트코인이 일주일 새 1만달러나 뛰어올라 1월 8일에는 4만달러가 됐다. 비트코인 값 신고가 기사 하나 완성하고 뒤돌아서면, 그새 앞자리 수가 바뀌어 제목부터 기사를 새로 써야 할 정도로 숨가쁘게 올랐다.

비트코인 값뿐 아니다. 이름 대면 다 아는 미국계 공룡기업들이 속속 블록체인 시장 진출 소식을 내놨다. 지난 몇 년간 비트코인에 부정적이던 골드만삭스가 가상자산 수탁서비스를 시작할 것이라는 소식이 나오더니, 페이스북은 올해 스테이블코인 '디엠(Diem)'을 출시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페이팔은 이미 지난해 가상자산 거래서비스를 시작했고, 다음달에는 결제도 시작할 모양새다. 미국 통화감독청은 정부 인증 가상자산은행을 허가했다. 그러더니 20일(현지시간) 취임하는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은 블록체인 전문가 게리 겐슬러 매사추세츠공과대(MIT) 교수를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으로 지명했다. 겐슬러 교수는 MIT에서 블록체인 기술과 금융산업 진화에 대한 강의를 했던 블록체인 전문가다.

눈이 돌아갈 정도로 바쁜데 중국도 한술 얹는다. 중국 정부가 운용하는 블록체인 네트워크 BSN은 올 하반기 디지털위안을 BSN에서 가동할 계획이라고 블로그를 통해 발표했다. 전 세계 주요 블록체인 30개를 연동하겠단다. BSN을 중국과 거래할 때 쓸 글로벌 결제망으로 쓰겠다는 당초 계획이 완성돼 가는 듯싶다. 선전시에서는 3차 디지털위안 테스트가 진행됐다. ATM과 실물카드로 디지털위안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고, 테스트 참여자도 기존 5만명에서 2배나 늘렸다.

그야말로 미국과 중국의 블록체인 산업이 올 들어 본격적으로 날개를 펴는 모양새다.

올해 우리 정부는 531억원을 블록체인 산업 활성화에 지원하기로 했다.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블록체인 서비스 아이디어를 찾고, 블록체인 기업을 육성하는 게 핵심이다. 블록체인 산업에 단비 같은 소식이다.

그런데 뭔가 앞뒤가 바뀐 것 아닌가 싶어 안타깝다. 국민이 생활에서 쓸 사업 아이디어는 시장에서 나와야 한다. 정부 지원을 받기 위해 원래 있던 아이디어에서 차 떼고 포 떼면 실제 사용자에게는 그다지 쌈박한 아이디어가 아니게 된다. 게다가 우리 정부는 블록체인 기술은 활용하되, 가상자산은 쓰면 안된다고 못을 박아놨으니 사업 아이디어가 제대로 그려질 리가 있겠느냐 말이다.

미국, 중국의 블록체인 움직임을 보고 있자면 우리는 이러다 또 샌드위치 신세 되겠다 싶은 걱정이 된다. 지금이라도 정부가 입을 맞춰줬으면 한다.
한쪽 부처는 블록체인 산업을 키우겠다고 수백억 예산을 지원하는데, 다른 부처에서는 모든 가상자산 사업은 안된다고 못 박는 엇박자부터 바로잡아 줬으면 한다. 정부가 발을 맞춰 블록체인·가상자산 서비스가 선보일 수 있는 시장부터 만들어줬으면 한다. 그것이 산업 활성화 정책의 첫 단추다.

cafe9@fnnews.com 정보미디어부 블록체인팀 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