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타격 7건은 골절 등 상해로 이어져 육안으로도 피해 확인··· 단순 유기 넘어 양부 안씨 측 "몰랐고 공모 없었다" 입장 시민들 "몰랐을 리 없어, 엄벌해야" 비판
[파이낸셜뉴스] 검찰이 입양된 지 10개월 만에 사망한 정인양(입양 후 안율하·사망 당시 16개월) 사건에서 직접 가격 7건을 포함해 범죄사실 27건을 공소장에 적시했다.
검찰은 이중 복부를 타격한 마지막 폭행에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다며 양모 장모씨에게 살인혐의를 적용했다. 양부 안모씨에게도 살인죄가 적용될지 관심을 모았으나 검찰은 계획적인 살인으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파악됐다. 폭행 당시 현장에 없었던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유기와 방임 혐의만 적용된 안씨에 대해 시민들은 안이한 법 적용이라며 비판을 쏟아낸다. 수차례 뼈가 골절되는 등 육안으로 피해가 확인되는 상황에서 최소한 학대에 대한 공모는 있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란 주장이다.
입양 후 양부모에게 학대당해 생후 16개월째에 사망한 정인양 입양 전후사진. fnDB
■27건 범죄사실 적시··· 정인양의 7개월 20일 국회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이정우 부장검사)가 작성한 정인양 공소장 범죄일람표엔 총 27건의 범죄사실이 적시됐다. 구체적으로는 상해에 이른 직접 폭행 7건, 간접폭행 등 아동학대 5건, 방치 15건이다.
검찰은 이 같은 범죄사실을 근거로 장씨에게 우선 판단되는 주위적 공소사실로 살인혐의를, 살인죄가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때 판단되는 예비적 공소사실로 아동학대치사혐의 등을 적용해 13일 기소했다.
양부 안씨에게도 살인이나 아동학대치사 혐의를 적용해야 한다는 비판이 일었으나 검찰은 안씨가 직접 폭행에 가담하지 않은 것으로 결론짓고 유기와 방임 혐의만 적용했다. 안씨 측은 학대가 이뤄진 사실을 몰랐고 범행을 공모하지도 않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공소장에 적시된 사실만으로도 안씨에게 더 중한 혐의를 적용할 수 있지 않느냐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해 6월부터 10월까지 이뤄진 직접 가격 7건 중 6건이 뼈가 부러지는 등의 상해로 이어져 병원 치료까지 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생후 11개월부터 16개월에 지나지 않는 딸이 거듭 뼈가 골절되는 등 상처를 입고 영양상태도 좋지 않아 육안으로 보기에도 건강상 문제가 생겼는데 이를 몰랐다는 주장은 성립하기 어렵다는 비판이다.
특히 서울양천경찰서가 어린이집 원장으로부터 첫 신고를 받은 뒤 혐의가 없다며 내사종결한 이후 이뤄진 폭력은 심각한 수준이다. 이전까진 신체 곳곳에 멍이 드는 수준이었다면, 6월초엔 좌측 쇄골, 7월엔 우측 대퇴골 원위부와 우측 9번째 늑골, 9월 초엔 후두부, 9월 말엔 좌측 8번째 늑골 외측과 9번째 늑골, 우축 좌골 근부위, 10월 초엔 좌측 8번째와 10번째 늑골과 우측 10번째 늑골 등이 골절되는 일이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2차례 신고가 더 접수돼 아내와 함께 또는 혼자 경찰 조사까지 받았다. 아내에 의해 지속적인 폭력이 이뤄졌음을 짐작하기 충분했다는 지적이다.
정인양을 입양한 후 수개월간 학대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는 양부 안모씨가 13일 서울 신월로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첫 공판을 마친 뒤 나오고 있다. 사진=김범석 기자
■양부에게 유기·방임만 적용 '적절한가' 입양 당시보다 몸무게가 도리어 줄어 있고 피부 색깔도 검게 변색되는 등 육안으로도 건강상 문제가 확연히 드러나는 상황에서 책임이 있는 양부가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는 점도 비난을 받는 대목이다. 단순한 유기와 방임 혐의만 적용해서는 제대로 된 처벌이 못 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시민들은 안씨에게 장씨가 보낸 문자를 근거로 유기와 방임보다 중한 혐의 적용 및 추가 수사도 가능하지 않았느냐고 주장한다. 정인양 사망 직전 장씨가 안씨에게 ‘병원에 데려가? 형식적으로’라는 문자를 보낸 것이 사실상 사전에 어떤 공모가 있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정인이 양부는 양모와 공범’이라며 ‘반드시 살인죄가 적용돼야 한다’는 청와대 국민청원엔 20일 기준 26만명이 동의해 정부 답변까지 얻어냈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가해 행위에 대한 엄중한 처벌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며 “국민적 관심이 높은 가해자 처벌강화에 대해서는, 그간 아동복지·법률 전문가들과 논의한 ‘아동학대범죄 양형기준 개선 제안서‘를 대법원 양형위원회 위원장에게 제출할 예정”이라고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