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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카카오 김범수, 한국형 부자 모델 선보이길

기업의 선한 의지 강조
세제 등 제도정비 필요

[fn사설] 카카오 김범수, 한국형 부자 모델 선보이길
라이언과 브라이언(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카카오 브런치 제공)/사진=뉴스1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55)의 신년 행보가 화제다. 김 의장은 지난 12일 이사회 아래 ESG위원회를 설치하고 직접 위원장을 맡았다. ESG는 환경·사회·지배구조의 약자로, 금융위기 이후 뉴노멀 자본주의의 새로운 트렌드로 떠올랐다. 이어 김 의장은 19일 부인과 두 자녀를 포함한 친인척에게 카카오 주식 33만주를 증여했다. 19일 종가(44만원) 기준 1452억원어치다. 이로써 김 의장 지분은 14.2%에서 13.74%로 약간 낮아졌다.

김 의장은 신세대 창업자의 선두주자로 꼽힌다. 한국 산업계를 두 덩어리로 나누면 한쪽엔 삼성·현대차·SK·LG 같은 전통의 강자가 있다. 다른 쪽엔 카카오를 창업한 김범수, 네이버를 창업한 이해진, 셀트리온을 이끄는 서정진 같은 인물이 있다. 그중에서도 김범수는 한국에서 보기 드문 21세기형 경영자로 평가된다.

김범수는 부자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초 주가를 기준으로 김범수의 재산은 5위(4조8000억원)에 랭크됐다. 김범수 앞에는 이건희-이재용-서정진-정몽구 4명밖에 없다. 카카오는 지난해 계열사 카카오게임즈를 기업공개(IPO)하면서 대박을 터뜨렸다. 올해도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등이 줄줄이 IPO 대기 중이다. 김범수의 재산은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김 의장은 지난해 3월 카카오 출시 10주년을 기념하는 메시지에서 "기업이 선한 의지를 갖는다면 확실히 더 나은 세상이 되는 데 더 근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의 10년이 '좋은 기업'이었다면, 앞으로 10년은 '위대한 기업'이 되고 싶다"며 카카오 시즌2의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이미 김범수는 기부왕으로 유명하다. 회사가 아니라 자기 재산(주식)을 140억원가량 기부했다. 친인척에게 주식을 공개 증여한 것도 이채롭다. 세상이 다 알게 됐으니 증여세는 1원 에누리 없이 다 내야 한다. 과거 경영자들이 종종 세금 때문에 곤욕을 치른 것과 대비된다.

한국 사회는 부자에 대한 평가가 인색하다. 부자는 늘 정치와 유착하고, 세금을 떼먹는 존재로 여긴다. 그래서 상속증여세를 세게 매기고, 공익법인(재단)도 매의 눈으로 감시한다. 재단에 기부하는 주식 지분율이 5%를 넘기면 증여세 면제 혜택도 사라진다.
경영권 편법승계를 의심하는 탓이다. 김범수 의장이 새로운 한국형 부자 모델을 정립하는 데 앞장서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동시에 우리 사회도 부자 재산을 공동선을 위해 슬기롭게 활용하는 포용을 보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