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 "영업이익 무관한 기업과 공유...주주권리 침해"
은행들도 "이미 대출 원금과 이자 유예한 규모만 110조원"
"자영업자 손실보상제, 재원은? 지급대상·방법 두고 갈등 커질 것"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포스트코로나 불평등해소TF 1차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1.1.15/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이익공유제와 자영업자 손실보상제 등 정치권이 내놓은 코로나 양극화 해소 방안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수혜기업의 이익을 피해 기업에 나눠주는 이익공유제에 대해 산업·금융계가 불만을 감추지 않고 있다. 수혜기업을 구분하기 어렵고, 주주 권리를 침해할 소지가 높다는 주장이다. 정세균 국무총리 지시에 따라 관련부처가 법제화에 나선 자영업자 손실보상제는 외려 사회적 갈등을 더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피해 대상 구분과 피해 규모 산출뿐만 아니라 형평성 논란까지 겹쳤다. 더구나 수혜를 볼 당사자를 위해 이익공유제의 경우엔 특정 기업들이, 자영업자 손실보상제의 경우엔 성실히 세금을 낸 납세자들이 부담을 진다는 문제도 제기된다. 일각에선 혼란이 가중된 법안들을 정치권이 서둘러 마련하는 건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표를 염두에 둔 포퓰리즘 행보라는 비판도 있다.
■보상금 지급 법제화…재원은?
자영업자 손실보상제는 국가의 통제에 따라 영업을 제한당한 만큼 법률상 자동으로 보상금을 지급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정치적 결단에 의존해 지급되는 기존 재난지원금과는 다르다. 문제는 막대한 돈이 든다는 점이다. 지난해 11월 말 기준 국가채무는 826조2000억원으로 2019년 말(699조원)에 비해 127조2000억원이나 늘었다.
가장 유력한 안으로 꼽히는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안을 보면 집합금지 업종에 손실 매출액의 70%를, 영업제한 업종에는 60%를, 일반업종에는 50%를 보상해주는 방안이다. 이 경우 월 24조7000억이 든다. 최저임금과 임대료 등을 차등 지급하자는 강훈식 의원 안은 월 1조2370억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법제화 과정에 풀어야 할 숙제도 첩첩산중이다.
일단, 코로나19 피해를 정확하게 산출하는 방법이 관건이다. 업체별로 매출액 증감폭이나 임대료·인건비 같은 고정비 등이 다양해서 일반화의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
지원 대상에서 탈락한 이들에 의한 사회적 갈등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정부가 17일부터 헬스장과 노래방, 학원 등에 대한 집합금지를 해제하자 식당과 카페 등 자영업자들이 "떼 쓰면 허용해줄 것"이라며 형평성 논란을 제기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법으로 규정되는 만큼 행정소송 제기가 잇따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부 교수는 "법으로 지급 기준과 방식을 규정할 경우 경계선이나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의 불만이 커질 수 있다. 탈락자들의 행정소송 제기 등 사회적 비용이 오히려 더 클 수도 있다"며 "법에 지급 근거정도만 마련하고 피해의 정도나 특징 등을 고려해 그때그때 결정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이익공유, 배임죄 적용 가능성"
자동차·기계·섬유 등 15개 업종별 단체로 구성된 한국산업연합포럼(KIAF)은 21일 서울 강남구 자동차회관에서 이사회를 열고 '이익공유제에 대한 KIAF 건의문'을 채택했다. 상생 협력을 강화하려는 코로나19 이익공유제의 취지는 공감하지만, 제도 설계 방향에 따라 상당한 부작용이 예상된다는 게 KIAF 건의문의 핵심이다.
KIAF는 특히 코로나19로 수혜를 본 기업과 피해를 입은 기업을 구분하거나 이익과 손실의 규모를 명확히 측정하는 것이 어렵다는 점을 강조했다. 수혜를 본 기업이라고 해도 원가 절감과 생산성 향상, 마케팅 등 자구 노력 없이는 이익 창출이 불가능한 만큼 코로나19로 인한 이익 발생분을 구분하는 것은 어렵다는 주장이다.
예컨대 국제 관광 대신 국내 근거리 관광이 늘어나는 추세를 이용, 거주지 인근 숙박시설 추천 방식으로 플랫폼을 개편해 적잖은 영업이익을 낸 에어비앤비를 수혜 기업으로 특정할 수 있냐는 것이다. 또, 영업이익이 주주권리로 인정되는 현행법 상 무관한 기업과 이익을 공유한다면 소송시 배임죄를 적용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최근 이익 공유 사례로 언급된 롤스로이스와 보잉사 등에 대해선 "협력을 통한 기여가 전제돼 있고, 수익뿐 아니라 위험 부담도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 있는 외국계 기업에 이익공유제를 적용한다면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 등 분쟁이 발생할 수 있고, 적용하지 않는다면 우리 기업이 역차별을 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시장경제 체제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이익을 어려운 계층과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많은 영업이익을 내 세금을 국가에 납부하고 신산업 분야 투자로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란 주장이다. 정만기 KIAF 회장은 "정부는 기업이 신성장 산업이나 일자리 창출 분야에 왕성한 투자를 하도록 투자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은행들도 이익공유제 참여 압력이 높아지는 대해 불만을 감추지 않고 있다. 은행권 한 인사는 "코로나 유행 국면에서 정부 정책에 적극 호응해 대출 원금과 이자를 유예한 규모만 해도 110조원이 넘고 여타 대출 지원까지 합하면 200조원 이상인데 이익공유제의 타깃이 되고 있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금융회사들은 '빚투' 열풍 속에 호실적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 기준 KB금융, 신한금융, 하나금융, 우리금융 등 4대 금융지주회사의 당기순이익 추정치는 약 11조원에 육박한다. KB금융과 신한금융이 각 3조4000억원 안팎, 하나금융이 2조5000억원 안팎, 우리금융이 1조5000억원 안팎 수준으로 전년과 엇비슷하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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