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 교체된 양국 외교수장
'한반도의 봄' 설계자 정의용
'전략적 인내' 관여했던 블링컨
대북정책에선 입장차 클 듯
정의용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21일 오전 외교부 청사 인근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19일(현지시간) 상원 외교위원회에서 열린 인준 청문장에서 선서를 하고 있는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지명자. AP
한국과 미국의 주요 외교·안보 현안을 논의할 양국의 외교수장이 동시에 교체됐다. 한국은 '한반도의 봄' 주역이었던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이 외교부 장관으로, 미국은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 기조였던 '전략적 인내'에 깊이 관여한 토니 블링컨 전 국무부 부장관이 국무장관으로 화려하게 컴백했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동맹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전통적 민주당의 기조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겉으로 드러나는 한·미 갈등은 트럼프 정부에 비해 줄어들고 소통도 원활할 것으로 보이지만 대북정책 등 문제에서는 견해차가 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베테랑' 정의용, 원활한 소통 시도
외교 관계에선 수장 간 '케미(케미스트리·호흡)'가 중요 요인으로 꼽힌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마이클 폼페이오 전 장관이 대표적 예로 거론되면서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평창 동계올림픽, 남북 정상회담 등 초대형 이벤트가 모두 청와대와 백악관 직통라인에서 해결되면서 한때는 북핵문제 실무부처인 외교부 '패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폼페이오 장관 출범 이후 상황은 크게 달랐다.
트럼프 대통령의 복심이자 북핵 문제 총괄로 전권을 쥐고 있었던 폼페이오 장관 등장 이후 카운터파트에 강 장관이 올랐다. 두 사람은 수차례 대면했고, 공식 통화도 일곱 번을 했다.
강 장관 후임으로 외교안보 전문가이자 '미국통'으로 대미외교에서 경험과 연륜을 갖고 있는 정의용 전 실장이 낙점된 것도 케미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두 사람 간에 원활한 소통이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청와대도 오랜 시간 외교·안보 현장에 있었던 베테랑인 만큼 양국 간 공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정 후보자가 잘 이해한다고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정 후보자는 향후 남북관계 진전을 통한 북·미 관계 개선이라는 정부 대북정책에 대한 미국의 지지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또 한·미 방위비분담금협상이나 전시작전권 전환 등 동맹 사안이 합리적 수준에서 결정될 수 있도록 조율에 나설 전망이다.
■만만치 않은 블링컨
다만 블링컨 지명자가 트럼프 정부의 대북협상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점은 양국 외교협상에선 부담이다.
당장 문 대통령이 지난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남·북·미 대전환을 다시 시작하는 계기로 삼자고 제안한 '싱가포르 선언'에 대해 다른 견해를 피력했다. 그는 지명 이전 미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정부의 북·미 정상회담이 '텅 빈' 회담이었다는 냉정한 평가를 내린 바 있다.
블링컨 지명자는 "바이든 정부는 북한 핵문제 해결을 노력하는 동시에 안보적 측면만이 아니라 인도주의적 측면도 동등하게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권 문제는 북한 정권에는 '아킬레스건'으로, 그동안 협상의 진전을 위해 한·미가 이 문제의 언급을 자제했던 것을 고려하면 역시 강경한 태도를 드러낸 것이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개인적 관계로 보면 정의용·블링컨 모두 관료 생활을 오래 했기 때문에 자신들의 의견을 내기보다는 정부 정책을 대변하려는 경향이 강할 것이고, 정 후보자가 '시니어'인 만큼 아시아에 대한 지식이 해박한 블링컨 지명자도 '시니어리티'를 인정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박 교수는 이어 "북한 문제에 대한 한·미 간 시각차는 상당할 것이지만 양국 모두 마찰이 비화되는 수준까지 대립하는 상황으로 한·미 관계를 가져가지 않을 것"이라면서 정 후보자와 블링컨 지명자가 비교적 온건한 소통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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