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이 지난 20일(현지시간) 분열된 미국을 화합시켜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갖고 46대 미 대통령에 취임했다. 취임사에서 그는 미국 국민들에게 희망과 함께 화합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리버럴(liberal)'로 불리는 진보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따르는 보수든 미국은 지지 정치 성향에 따라 정치나 언론, 스포츠, 연예계 할 것 없이 분열되는 모습을 보여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 후보 유세 때 그리고 언론에서 당선이 확정됐다고 보도한 11월 초에도 화합을 강조해왔다. 그리고 앞으로도 많은 요구가 있을 것이다. 문제는 앞으로 그것을 어떻게 균형있게 수용하고 충족시키면서 화합을 이루냐다.
지난해 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바이든은 진보 성향 민주당 지지 유권자들을 끌어들이고 여성이자 유색인종을 부통령 러닝메이트로 지명하라는 요구에 카멀라 해리스를 선택했다.
야후파이낸스가 민주당 경선 후보 15명의 성향을 분석한 그래프에서 해리스는 버니 샌더스와 엘리자베스 워런 다음으로 사회주의 성향이 가장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리스 지명에도 민주당 내 진보 진영들은 새로 구성된 내각에 진보 인물들이 적은 것을 못마땅해하고 있다. 또 자신들 때문에 바이든이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었다고 말하고 있다.
미국을 화합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출발한 바이든 행정부이지만 구성을 보면 백악관 비서실장을 포함해 오바마 행정부 출신을 지나치게 많이 앉힌 인상을 주고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오바마 행정부 3.0'이 되지 않을까 하는 전망도 제기하고 있다. 민주당 내 진보 진영조차도 내각이 "빌 클린턴과 오바마 행정부의 재생타이어"로 채워졌다고 비꼬았다.
바이든은 지난해 10월 노스캐롤라이나주 유세 당시 자신이 비록 민주당을 대표하지만 당을 초월해 모든 미국인을 위한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그는 공화당과 민주당을 각각 상징하는 "빨간 주와 파란 주는 없고 미국만 있다"라고 말했다. 어디서 들어본 듯한 낯익은 표현들이다. 지난 2012년 재선을 노리던 오바마가 당시 트위터에 올린 것과 매우 흡사한 내용이다. 아니 오바마가 이보다 8년 전 앞선 2004년 당시 일리노이 주상원 신분으로 민주당 전당대회에 등장해 진보 미국도 보수 미국도 없으며 흑인이나 백인, 라틴, 아시아계 미국이 아닌 "한 개의 미국"만 있다고 말해 큰 공감을 얻었던 연설에 있는 바로 그 내용이다.
그 꿈은 16년 뒤인 현재 깨져 있는 상태다. 상대방에 대한 증오는 커지기만 했다. 민주당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뉴욕 하원의원은 미국 남부를 공화당으로부터 해방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흑인인 짐 클레이번 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은 치유를 위한다며 미국 국가(國歌)를 바꾸는 법안까지 마련했다.
지난해 발생한 경찰관들의 과잉진압으로 발생한 흑인 사망 사건을 계기로 경찰 예산 지원 중단을 요구하는 의원들도 있다.
트럼프 지지자들을 비롯한 보수 성향 시민들은 소셜미디어의 검열 같은 횡포에 불만이 커지고 있다.
바이든 취임식날 무정부 주의자들은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 난동을 부려 민주당 사무소와 이민세관단속국(ICE) 건물이 파손됐다. 올해 78세로 최고령 대통령으로 취임한 바이든에게 화합은 이전 정부의 청산과 겹친 힘겨운 숙제가 될 전망이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국제부 부장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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