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인 이수현씨 모친 자필과 영상 메시지로 대신
日 긴급사태 선언으로 입국 어려워져
한일관계 악화 속 고인의 희생 회자
정부에서는 정세균 총리 명의 조화 보내
26일 오후 일본 도쿄에서 거행된 의인 이수현씨 헌화식. 주일본 한국대사관
의인 이수현씨의 생전 모습. 고 이수현씨 추모 사이트에서 캡쳐.
【도쿄=조은효 특파원】 "아들의 기일이 되면 신오쿠보역에서 헌화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아들의 생전 모습을 보는 것 같아 그나마 작은 기쁨이었고 그 날이 기다려졌습니다."
선로에 떨어진 일본인을 구하려다 일본 유학 중 목숨을 잃은 의인 이수현씨(1974∼2001년)의 어머니 신윤찬씨(72)가 일본 도쿄에서 열린 아들의 20주기 추모식에 안타까운 자필 편지를 보냈다. 올해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일본 정부가 관광객 등의 입국을 규제하면서 신씨도 걸음을 하지 못했다. 신씨는 "아들을 잃고 19년이라는 정말 아픈 세월이었다"면서 "그러나 수많은 일본 국민들의 따뜻한 위로와 후원 덕분에 오늘에 이르게 되었으니 감사의 말씀을 올린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국경을 넘는 큰 인간애를 실현하고자 했던 아들 수현의 꿈...그 꿈을 이어가는 일에 앞으로도 여러분의 큰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글을 맺었다.
의인 이수현씨의 모친 신윤찬씨가 아들의 20주기 추모식에 보낸 자필 편지.
고 이수현씨는 일본에서 어학연수 중이던 지난 2001년 1월 26일 도쿄 신주쿠 JR신오쿠보역에서 선로에 떨어진 일본인 남성을 구하러 카메라맨인 일본인 세키네 시로씨와 함께 선로에 뛰어들었다가 함께 목숨을 잃었다.
고인이 떠난 지 벌써 20년, 이씨의 희생정신을 기리기 위해 설립된 LSH아시아장학회와 그가 다녔던 아카몬카이 일본어학원, 신주쿠구 한국상인연합회가 올해도 한결같이 도쿄 신주쿠 신오쿠보에서 추도식을 열었다. 올해는 일본에 코로나 긴급사태 선언이 내려지면서 감염 방지 차원에서 많은 이들이 모이진 못했다.
정부에서는 정세균 국무총리 명의의 조화가 보내졌다. 강창일 신임 주일대사는 입국 후 2주간의 자가격리로 인해 영상메시지로 대신했다.
정세균 총리는 자신의 SNS계정에 "한·일 두 나라의 마음을 이으려 했던 고인의 뜻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한·일 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강창일 대사는 "스물여섯 살 젊은 청년이 20년 전 우리에게 던진 메시지를 우리가 잊고 살았던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고인의 희생은 한·일 우호 협력 관계에 울림이 됐다"며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우리의 마음과 한·일 가교가 된 고인의 숭고한 삶이 합쳐져 더 나은 내일의 한·일 관계로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26일 도쿄 신오쿠보역에서 의인 이수현씨 20주기를 맞아 추모색들이 사고가 난 선로를 향해 묵념을 하고 있다. 사진=주일본 한국대사관
한편 그의 이름을 딴 LSH 아시아 장학회의 수혜자는 올해 1000명을 넘길 예정이다. 지난해까지 이수현씨 이름으로 장학금을 받은 학생은 한국인 242명을 포함, 총 998명이다.
중국 베트남 네팔 몽골 캄보디아 파키스탄 등 총 18개국 학생에게 1인당 약 10만엔(약 105만원)의 장학금이 전달됐다.
한편, 고인이 안장된 부산 시립공원묘지에서도 이날 오전 한·일 합동 추도식이 열렸다. 이 자리에는 마루야마 고헤이 부산 총영사도 참석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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