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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의무고용 부담금 차등화… 대기업에 더 많이 물린다

현재는 고용률별 '정액제' 부과
대기업, 장애인 고용 회피수단 악용
기업 규모 따라 차등 적용안 추진
부담금 총액은 큰 변화 없지만
장애인 고용률은 높아지는 효과

장애인 의무고용 부담금 차등화… 대기업에 더 많이 물린다

기업 규모에 따라 장애인 의무고용 미이행에 따른 부담금을 차등 부담하는 방안이 추진될 전망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장애인 의무고용 미이행률에 따라 일정 금액을 부과하는 정액제 방식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자금여력이 풍부한 대기업은 부담금을 납부해 장애인 고용을 회피하고, 작은 기업은 상대적으로 큰 부담을 느껴왔다는 지적이 있었다. 정치권에서도 부담금 차등 적용 취지에 공감하며 관련법 발의 등 제도적인 차원의 논의도 시작될 전망이다.

28일 손호성 중앙대 교수팀이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고용개발원의 위탁연구로 진행한 '기업 규모별 적정 부담금 산정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장애인 차등 고용부담금 제도를 도입할 경우 국가가 징수하는 부담금 총액은 큰 변화가 없는 반면 장애인 고용률은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우리나라는 장애인 고용과 관련해 크게 3가지 제도가 있다. 장애인 의무고용 비율을 정하는 고용의무제도, 의무고용을 지키지 않으면 부과하는 부담금제도, 의무고용 초과를 지원하는 장려금제도 등이다. 의무고용률의 경우 지난해 기준 민간기업은 상시근로자의 3.1%, 공공기관과 지자체 등은 3.4%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걷는 조세와 달리 '부담금'은 특정 공익사업을 위해 특정 주체에게만 부담한다. 현재 부담금은 장애인 의무고용 인원이 4분의 3 이상인 경우 미고용 1인당 기초부담금 107만8000원이 부과된다. 비율에 따라 부담금은 높아져 장애인을 한 명도 고용하지 않은 경우 최대 179만4000원(해당연도 최저임금)까지 부과된다.

연구팀은 현재와 같은 정액제 방식에서는 생산성이 낮은 중소기업이 생산성이 높은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큰 부담을 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월평균 상시근로자를 100명 단위로 나눠서 장애인 의무고용 미달률을 살펴본 결과 기업 규모가 커질수록 장애인 고용 미이행률이 높았다. 또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생산성과 장애인 설비 설치비용 등이 개인별·기업별로 모두 다른 만큼 일률적인 부담금 적용은 문제가 있다고 본 것이다.

이에 연구팀은 각 기업에 근무하는 비장애인 근로자의 평균 임금에 비례해 기업별로 의무고용 부담금을 차등적으로 부과하거나, 기업 규모에 따라 부담금을 차등 적용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분석했다.

연구팀은 민간기업을 기준으로 부담기초액을 109만원으로 설정하고 정액부담금제도와 차등부담금제도하에서 장애인 평균 고용률을 시뮬레이션했다. 그 결과 전체 장애인 고용률은 2.87%에서 2.94%로 0.07%포인트 높아졌다. 총부담금 규모도 6194억원에서 6316억원으로 늘어났다.


기업 규모별로는 상시근로자 100인 이상 300인 미만(3.17%→2.86%), 300인 이상 1000인 미만(3.14%→2.98%) 등 중소형기업 장애인 고용률은 낮아졌다. 반면 1000인 이상 기업은 2.53%에서 차등부담금제를 적용하면 2.90%로 크게 높아졌다.

국회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박대수 의원(국민의힘)은 "장애인 의무고용 부담금제도가 장애인 고용을 촉진하기보다 사업주들에게 회피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실효성 있는 장애인고용 촉진을 위해 차등부담금제도 도입 등 다양한 방법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