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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사인 미상' 집배원, 과로했다면 업무상 재해 인정"

법원 "'사인 미상' 집배원, 과로했다면 업무상 재해 인정"

[파이낸셜뉴스] 직접 사인이 명시되지 않았더라도 업무 과중으로 지병이 악화돼 사망했다면 이를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부장판사 장낙원)는 A씨 유족이 공무원연금공단(공단)을 상대로 "순직유족보상금 부지급 결정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최근 원고 승소 판결했다.

우체국 집배원으로 근무하던 A씨는 지난 2018년 6월16일 퇴근 후 배드민턴을 치다 쓰러졌다. 그는 바로 대학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사망했다.

이후 A씨 배우자는 순직유족보상금과 공무상요양비 지급을 청구했으나 공단은 부지급 결정 처분을 했다.

공단은 A씨 직접사인이 '미상'이고 원발성 고혈압으로 장기간 치료 전력이 있는 점 등을 종합해, 개인의 취약성 및 체질적 소인 또는 지병성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숨진 것이라고 봤다.

A씨 배우자는 공무원재해보상연금위원회에서도 심사청구가 기각되자, 이에 불복해 "남편 사망이 공무상 사망에 해당한다"며 이 사건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A씨가 공무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질병으로 사망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는 평소 흉통, 호흡곤란 등의 증세를 보이지 않았고 이 사건 사고 직후 즉시 대학병원으로 옮겨졌음에도 짧은 시간 안에 사망했다"며 "평소 경동맥, 대동맥 등 죽상동맥경화를 앓고 있었는데 예기치 못하게 대동맥류파열로 이어져 사망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했다.


이어 "고혈압을 앓고 있었으나 치료를 꾸준히 받아 평소 혈압은 정상 범위 내에서 관리됐다"며 "반면 A씨는 이 사건 사고 전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과로에 노출돼 있었고, 사고 당시 상당히 높은 수준의 신체적 누로가 누적돼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나아가 A씨는 사고 전 약 2주 동안에 걸쳐 전국동시지방선거와 관련된 우편물을 배달하거나, 방사성 물질이 검출된 매트리스를 수거하기 위해 주말에도 추가 근무를 했다"며 "이러한 일시적인 업무 증가는 A씨 신체에 더욱 큰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판시했다.

아울러 "A씨는 평소 앓고 있던 고혈압 및 죽상동맥경화가 그가 수행하던 업무로 인해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악화된 결과 사망하기에 이른 것"이라며 "공무와 상당인과관계 있는 질병으로 인해 사망했다고 봐야 하고, 이와 다른 전제에서 내려진 이 사건 각 처분은 위법하다"고 덧붙였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