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튀기는 게임스톱 공매도 전쟁
헤지펀드들 수백억弗 손실에도
공매도 112억弗로 줄지 않아
지난주 미국 증시를 불태웠던 헤지펀드와 소규모 개인투자자(개미)의 공매도 전쟁이 쉽사리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공매도에 나섰던 헤지펀드들은 수백억달러의 손실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주가 하락을 기대하고 있으며 이제는 정치권에서도 개입할 기세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 경제매체 CNBC에 따르면 지난달 게임스톱 주식 공매도를 주도했던 헤지펀드인 멜빈캐피털은 1월 한 달간 운용자금의 53%를 잃었다. 멜빈캐피털의 운용자금은 지난달 초 약 125억달러(약 14조원)였으나 지난달 25일 기준 80억달러 언저리로 감소했다. 남은 80억달러에는 다른 헤지펀드인 포인트72와 시타델이 투자한 27억5000만달러가 포함돼 있다. 관계자에 따르면 포인트72와 시타델은 지난 1개월 동안 각각 10%, 3%의 손실을 봤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의하면 게임스톱 공매도에 참여했던 헤지펀드 메이플레인캐피털 역시 45%의 자산을 잃었다. 미 금융정보업체 S3파트너스는 게임스톱 관련 공매도 계약자의 손실액이 지난달 29일 기준 197억5000만달러(약 22조686억원)였다고 계산했다.
공매도는 없는 주식을 먼저 빌려 팔고 나중에 빌린 주식을 갚는 계약으로 갚을 주식 가격이 떨어질수록 이익을 본다. 게임스톱은 37년 역사의 게임 유통기업으로 경영난에 시달리면서 공매도 세력의 표적이 됐다. 이에 미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게이머를 중심으로 게임스톱 주가를 올려 기업을 살리자는 운동이 시작됐고, 향후 개미들의 공매도 세력 타도 운동으로 번졌다. 게임스톱 주가는 지난주에만 400% 올랐고 올해 들어 1625% 상승했다. 이 와중에 증권사 로빈후드는 개미들의 추가 매수를 제한해 세력을 보호한다는 비난을 받았다.
현지 전문가들은 개미와 공매도 세력의 전쟁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본다. S3파트너스는 지난달 29일 기준으로 게임스톱의 공매도 주식 총액이 112억달러에 달했다고 전했다. 이는 미 증시에서 테슬라와 애플 다음으로 많은 금액이다. 이호르 두사니브스키 S3 이사는 지난 1주일간 게임스톱 공매도 규모가 578만3000달러 줄어들어 약 8% 감소에 그쳤다고 설명했다. 미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지난달 31일에도 멜빈캐피털이 2015년 공매도로 거둔 수익률(47%)을 언급하며 "47%밖에 안 남았다"는 글들이 올라왔다. 시장 전문가들은 게임스톱 주가(지난달 31일 기준 325달러)가 투자자들의 전염효과로 인해 30~75달러는 더 오른다고 내다봤다. 공매도 세력과 개미들의 싸움은 게임스톱에 이어 미 영화관 체인 AMC 엔터테인먼트 홀딩스 주식으로 번졌고, AMC 주식 또한 폭등세를 보였다.
이번 사태는 정치 문제로 번질 전망이다.
미 좌파 진영의 대표 인물인 무소속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버몬트주)은 지난달 31일 ABC 방송에 출연, 공매도 세력을 비난하며 "헤지펀드와 다른 월가 세력의 불법행위 및 터무니없는 짓을 날카롭게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좌파 아이콘인 민주당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매사추세츠주) 역시 같은 날 CNN 방송에 출연,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증시가 "조작된 게임이며 시장 내 몇몇 플레이어들이 시장을 조종한다"고 강조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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